[비즈 칼럼] 1000만원으로 바꾸기 힘든 청년의 미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9면

김홍열 성공회대학교 정보사회학 겸임교수

김홍열 성공회대학교 정보사회학 겸임교수

지난 15일 정부 일자리위원회가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의 핵심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연 1000만 원 정도를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초봉 격차인 1000만 원을 나라에서 지급하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수립된 정책이다. 대기업에는 자리가 없고 중소기업에는 사람이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정부가 돈으로 해결해 보겠다는 발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한시적 금전 처방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이유는 임금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청년들에게 돈을 더 준다고 해도 중소기업에 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비단 청년뿐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미래가 보이는 직장을 원하겠지만, 청년에게는 당연히 미래가 더 중요하다. 한시적 자문 기구인 일자리위원회 소속 공무원들에게는 몇 년 정도의 대책이 최선일지 모르겠지만, 청년들에게는 그 몇 년을 희생해서라도 미래가 보이는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중소기업에서 하는 일이 단순 제조, 대기업의 하청, 반복되는 서비스, 밤새워 하는 코딩 등이 주 업무라면 누가 가겠는가.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일자리다. 핵심은 미래가 있는 일자리다.

청년들에게 미래가 있는 일자리는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장기근속이 가능한 일자리다. 사회보장 제도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임금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계속 적절한 임금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하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이유다. 장기근속을 법적으로 인정받는 직장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른 하나는 대기업이다. 제대로 일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체계적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한다. 이런 기업에 들어가서 기초부터 배우면 몇 년 후에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경쟁력이 생긴다. 몇 년 재수해서라도 대기업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결론적으로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단임제 대통령의 조바심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소기업 입사를 위한 돈 처방은 좋은 솔루션이 아니다. 힘들더라도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 “1000만원 줄 테니 과거로 돌아가라” 하지 말고 “1000만원 투자할 테니 네 미래를 상상해 봐라”라고 해야 한다.

4조 원이면 정말 큰돈이다.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청년 실업률이라는 수치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 과거만 생각하면 미래를 꿈꿀 수 없다. 청년들이 한국사회의 주축이 될 20~30년 후는 지금과 분명 다르다. 어느 순간 남북문제가 잘 풀리는 것처럼 청년 실업 문제 역시 어느 순간 잘 풀릴 수 있다. 그 모멘텀은 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에서 나온다.

김홍열 성공회대학교·정보사회학 겸임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