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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에 남북학생회담 파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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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학운동권의 6·10남북학생판문점회담이 정가에 미묘한 파문을 던지고 있다.
급진적인 통일논의가 체제부정적인 흐름으로 치닫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이것이 가질 「정치성」때문에 대책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민정당등 여권이 통일논의의 개방과 6·10대회원천봉쇄로 강온양면의 진화를 시도하고 나섰는데 역시 자제를 촉구하고 있는 야당 일각에는 급진적 통일논의가 불러일으킬수도 있는 정치적 강성반발의 가능성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통일논의」에대해 적절한 대응책마련을 하지 못한채 우려의 시선만을 보내왔던 민정당은 정부의 본격대처가 다소 때늦은 감이 없지않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이를 계기로 통일논의에 대한 정부-여당의 분명한 입장을 세워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울러 6·10남북학생회담의 추이와 그후 정국에 미칠 영향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학생들의 6·10남북회담과 같은 주장과 행동이 일반으로부터 외면당하고있음은 물론 학생내부로부터도 큰 호응을 받지못하고 있는 것으로 낙관적(?)분석을 하고 있다. 때문에 공권력을 통한 원천봉쇄를 하더라도 별탈 없을것으로 본다.
다만 문제는 운동권학생들이 과거 4·19직후 판문점학생회담이 5·16으로 이어졌던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비슷한 문제를 다시 들고나오는속셈이어디있느냐는 것이다.
여권이 파악하기로는 학생들이 통일논의를 올해의 투쟁의 중심이슈로 삼은 것은△이것이 흐트러진 운동권을 결속시킬수 있고△이를 봉쇄할 정부에 대해 파상적인 공세를 취할수 있는 호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정부의「탄압」을 유도하며△계속적인 충돌사태로 을림픽의 성공무드를 깨뜨리고△앞으로 광주사태·제5공화국문제등이 국회특위에서부터 터져 확산돼나갈때 재야·학생들이 정치공세로 전환할 단결력을 비축하자는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이번 6·10판문점회담에 분명한 쐐기를 박아둠으로써 통일논의가 체제 도전으로 발전되거나 반정부이슈화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계산을 하고있다.「목적성이 있는」극소수를 분리, 고립시켜 통일논의의 과격전술화를 막기위해서는 통일논의를 개방시키고 그 흐름을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란 틀속에 주워담겠다는게 정부-여당의 처방인 셈이다.
최근 연쇄적인 정부발표를 통해 운동권주장을 선제, 통일논의가 야권의 대정부 공격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사전에 막는 한편 통일문제가 다루기 까다로운 점을 이용해 정국운영에서 주도권을 잡는 부수적 효과도 계산에 넣고있다.
그러나 자칫 6·10회담 저지를 놓고 강행-원천봉쇄로 빚어질 충돌이 체제도전적 통일논의 확산이나 반정부세력을 규합하는 쪽으로 발전되지는 않을지 정부-여당관계자들은 걱정이 태산같다.
○…6·10대회에 대한 야권의 입장은 미묘하다. 야권3당이 모두 6·10대회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긴 했지만 그 내용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공화당은 6·10대회가 자칫 정부의 강경선회를 낳을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적극적인 자제를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지난총선에서 일부급진운동권을 수용한 평민당측은 다소 「어정쩡한」태도다.
평민당은 학생들의 6·10판문점회담 추진 움직임을 기본적으로 분단민족의 최대숙제인 통일논의를 정치권에서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고 오랜기간 정부-여당이 독점한채 이를 정권안보차원에서 악용했기 때문인것으로 파악하고 있는것같다.
때문에 6·10남북학생회담의 원인과 배경을 놓고보면 정치권이 이를 수용해야된다는 입장을 갖고는 있으나 그렇다고 이에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성숙돼 있지 않은 마당에서 곧장 지지할수도 없는 현실적인 고민도 안고있는 듯하다.
이같은 딜레마가 비단 평민당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묘안」을 찾느라 고심하는 모습은 어느당보다 훨씬 역력하다.
지난 3일의 의원총회라든지, 주말인 4일 오후의 장시간에 걸친 「남북문제대책특별소위」회의, 그리고 일요일인 5일에도 신촌의 모음식점에 김대중총재·당3역·소위위원들이 모여 숙의에 숙의를 거듭한 것등이 이같은 당내 기류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남북문제에 관한한 제도권에서는 가장 전향적이고 주도적인 입장을 취해왔고, 최근만해도 남북정당회담·남북총리회담등을 거론해왔던 김총재도 기자간담회등은 물론, 의총이나 소위모임에서조차 발언을 유보한채 의견청취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에서도 평민당의 심각한 딜레마를 읽을수 있다.
이에비해 민주당은 재야·운동권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평민당이나 우익·보수의 강한 뿌리를 갖고 있는 공화당에 비해 탄력적으로 대처할수 있다는 생각이다.
학생들의 순수한 동기는 평가돼야 하지만 충분한 현실적고려가 부족한만큼 정치권에 맡겨달라는 입장이다.
이같은 자세는 통일문제의 초당적협조체제구축을 전제로 『통일문제 교섭은 정부가 총괄해야 할것』 (김영삼총재)이라는 대북채널의 일원화를인정하고있는 입장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통일논쟁의 이같은 극단적 이분화는 자칫 정국주도의 무게중심에 혼란을 일으키고 현안해결의 우선순위에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을 안고 있다.
통일논의는 개방하되 대북협상창구는 정부로 단일화해야한다고 주장해온 공화당 역시 6·10학생회담 강행이 몰고올 파란에대해 지극히 우려하고 있다.
특히 4·19이후 남북학생회담등의 주장이 5·16의 근거가 됐음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공화당으로서는 뾰족한 대처방안이 없어 걱정하고 있다.
김용채총무는 『누구든지 대북접촉을 할수 있다는 식으로 성급하게 나가서는 곤란하다』며『학생들의 의욕과는 달리 이용당할 가능성이 크다』고말했다.
공화당은 지난4일 학생들의「자제」를 촉구한 성명을 낸데이어 오는7일에는 당직자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허남진·고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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