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km의 질주. 신의현(38·창성건설)이 평창 패럴림픽에서 달린 거리다. 그토록 금메달을 위해 끝까지 달렸던 신의현은 한국 첫 겨울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는데 성공했다.
신의현은 17일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대회 크로스컨트리 남자 좌식 부문 7.5km에서 22분28초4를 기록했다. 2위에 오른 다니엘 크노센(미국·22분33초7)을 5초3 앞선 신의현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을 땄다. 그리고 한국 겨울 패럴림픽 역사상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겨울 패럴림픽에 나섰다. 그동안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 알파인 스키의 한상민, 2010년 밴쿠버 대회 때 휠체어컬링에서 은메달 2개를 딴 게 전부였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신의현이 크로스컨트리 15km 동메달에 이어 7.5km 금메달까지 따면서 겨울패럴림픽 새 역사를 썼다.
신의현은 이번 대회에서 철인같은 면모를 과시했다. 그는 17일까지 이번 대회 노르딕스키 6개 종목에 출전해서 모두 60.8km를 달렸다. 10일 바이애슬론 7.5km를 달렸던 신의현은 다음날인 11일 크로스컨트리 15km, 13일 바이애슬론 12.5km를 연달아 뛰었다. 이어서 14일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1.1km)에서 예선, 준결승, 결승을 연달아 나서 총 3.3km를 뛰었고, 16일 바이애슬론 15km에 나섰다. 17일 '금빛 질주'를 펼친 크로스컨트리 7.5km까지 60km를 넘는 강행군을 펼친 것이다.
장애인 노르딕스키는 비장애인 스키에 비해 힘이 훨씬 많이 든다. 성봉주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연구위원은 “좌식 경기는 오로지 상체의 힘만으로 스키를 밀고 나가야 한다. 이 때문에 똑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비장애인 경기보다 2~3배가량 더 힘이 든다. 코너를 돌 때도 중심을 못 잡으면 자주 넘어진다”면서 “강한 의지가 없으면 끝까지 하기 힘든 종목”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신의현은 성적도 좋았다. 출전한 전 종목에서 모두 톱10에 들었다. 크로스컨트리 7.5km 금메달, 15km 동메달뿐 아니라 바이애슬론 7.5km, 12.5km, 15km에서 모두 5위에 올랐다. 또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에선 6위를 차지했다.
2006년 2월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절단한 아픔을 겪었던 신의현은 2009년 가을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휠체어농구에 이어 장애인 아이스하키, 휠체어사이클에 이르기까지 땀을 흘리는 운동을 찾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도전했다. 2015년부터 지인의 권유로 노르딕스키를 시작한 신의현은 월드컵 등 각종 국제 대회를 섭렵했고, 마침내 첫 출전한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데 성공했다.
신의현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당초 출전하지 않으려 했던 혼성 계주 종목에도 출전해 18일 다시 달린다. 진정한 '철인'의 마지막 도전이 평창 패럴림픽 폐막일 펼쳐진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