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내 책 읽었다” 미국 작가가 올린 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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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4년 8월 24일 서울 광화문광장 농성장에서 6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테이블에 놓여 있는 책은 파커 J. 파머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이다. [뉴스1, 글항아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4년 8월 24일 서울 광화문광장 농성장에서 6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테이블에 놓여 있는 책은 파커 J. 파머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이다. [뉴스1, 글항아리]

이 시대의 정치는 비통한 자들의 정치다. 오로지 마음만이 이해할 수 있고 마음으로만 전달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 정치에도 그러한 측면이 있는데, 우리 모두가 의지하는 일상 생활을 잘 다듬어가려는 핵심적이고 영원한 인간적인 노력이 그것이다. -파머 J. 파머,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38쪽.

미국을 대표하는 교육 지도자이자 사회운동가인 작가 파커 J. 파머가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저서를 읽었다고 소개했다.

파머는 지난 14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마치 빈 병에 글을 담아 바다로 던진 후 그 병이 다른 해안가에 닿아 열리고 내가 쓴 글이 읽히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느끼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라고 적었다.

그는 자신이 15년 가까이 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20대 중반에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40세가 되기 전까지 한 권의 책도 출판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을 안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계속 글을 썼다”며 “만약 당신이 어떤 일을 안 할 수 없다면, 그건 당신이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이미”라고 전했다.

파머는 “나의 열 번째 책이 출간을 앞둔 지금 난 사람들에게 언젠가는, 또 어떻게든 누군가에 의해 내가 던진 병이 열리는 날이 올 거라고 용기를 주고 싶다”며 문 대통령의 사진을 설명했다.

[사진 파커 J. 파머 페이스북]

[사진 파커 J. 파머 페이스북]

그는 “사진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부패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를 새롭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물이다. 평창올림픽과 북한과의 대화 노력 등으로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사진은 몇 년 전 찍힌 것으로 테이블 위에 있는 책은 나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한국 번역본”이라며 “병 하나가 먼 해안가에서 열린 셈”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4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 광화문광장 농성장에서 단식 농성을 하던 때다. 당시 한겨레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인터뷰 직전까지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읽은 후 “미국이 9‧11 테러 이후에 진보‧보수,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등 계급 간‧계층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며 책에 관해 설명했다고 한다.

해당 글에 한 네티즌은 “한국 국민으로서 당신의 책이 문 대통령이 삶에 영향을 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댓글을 남겼고, 파머는 “위대한 인물의 여정에 내 책이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했으면 정말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은 상처받은 사람들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이란 내용이다. 파머는 책에서 현실 정치에 대한 절망과 갈수록 늘어나는 부의 힘에 마음이 부서진 자들이 개인주의와 냉소주의를 극복하고 이뤄내야 하는 정치적 실천을 ‘비통한 자들의 정치’라고 부르며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와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이 왜 현대 정치의 핵심 요소가 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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