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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에 학위 없는 교수 많다는 건 사실과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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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계적인 무용가인 마사 그레이엄이나 천재 안무가인 조지 발란신이 박사학위 소지자가 아니었다고 필자는 언급했다. 그런데 그들의 사례는 국내 예술대학 교수가 학문적 능력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직접 연결될 수는 없다. 그레이엄과 발란신은 예술대학 교수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학교수 자리를 탐낸 적이 없지만, 어느 무용대학 교수 못지않게 사회의 존경을 받으며 예술작업을 했다.

필자는 또 뉴욕대 무용과와 인디애나 주립대 무용과의 예를 들면서 학위 없는 교수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성급한 일반화가 아닐까 한다. 내가 공부한 영국 라반센터의 교수들은 모두 석사 혹은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예술성을 한창 발휘하는 시기에 알기 힘든 학술용어에 파묻혀 산다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가'라는 시론의 내용 역시 동의하기 힘들다. 가장 감성적이면서도 이지적인 예술가의 창조작업은 다른 어떤 인간영역보다 사고하는 능력을 크게 요구한다. 문화예술 선진국의 모든 예술대학은 단순한 '실기 학원'이 아니라, 예술을 학문적으로 교육하고 배우는 곳이다. 따라서 이들 대학에선 자신의 예술을 학문적으로 토론하고 가르칠 능력이 없는 사람은 교수로 임용하지 않는다.

이번 엉터리 러시아 음악 석.박사 학위 사건은 잘못된 우리 예술대학 교육의 치부를 반영하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제대로 된 예술교육이 자리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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