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북핵 해결법 언급하며 꺼낸 "고르디우스 매듭"이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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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14일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문제를 언급하면서 단계적 접근법이 아닌 일괄 타결 방식을 언급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점층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해왔다면 지금은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하나씩 푸는 방식이 아니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버리는 방식으로 나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연합뉴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고대 알렉산더 대왕의 일화에서 유래했다. 고르디우스 왕의 전차에 얽히고설킨 매듭을 풀어내는 자가 아시아의 제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알렉산더 대왕이 매듭을 일일이 푸는 대신 단칼에 잘라버렸다는 이야기다. 쾌도난마(快刀亂麻)식 해법 또는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한 발상의 전환 등을 뜻한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점층법으로 대화했다는 지금은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더 큰 고리(북한 비핵화)를 끊어버림으로써 다른 문제(종전 선언, 대북 제재 완화, 북한 체제 보장 등)들을 자동적으로 푸는 방식이 아닐까 한다”고 부연했다. 4월말 남북 정상회담에서 5월 북ㆍ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기존의 ‘선(先) 비핵화 후(後) 체제보장’ 방식과는 달리 둘을 동시에 맞교환해 일괄 타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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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도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첫 미국 방문 당시 전용기 내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가장 이상적인 것은 '원샷'으로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북한과 대화를 시작해야 된다”고 부연했다. 남북이 대화 국면에 본격 접어들면서 문 대통령의 ‘원 샷’ 구상이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에서 발표한 ‘베를린 구상’에서도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종전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며 “북핵문제와 평화체제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08년 6월 27일 오후 5시5분 북한이 미국 당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변 핵시설 일부인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 그러나 북한은 다음해인 2009년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중앙포토]

2008년 6월 27일 오후 5시5분 북한이 미국 당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변 핵시설 일부인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 그러나 북한은 다음해인 2009년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중앙포토]

지금까지 시도된 ‘선(先) 비핵화 후(後) 체제보장’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남과 북 뿐만이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주변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 휴전 상태에 종지부를 찍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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