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뒷전의 억울한 피해|문애란<카피라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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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광고를 10년 넘게 하는 카피라이터며 두아이의 엄마인 나는 좋은 제품 만들어서 진실하게 판매하는 회사를 위해 좋은 광고 만드는 것을 가장 큰 기쁨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최근 내가 정말 아끼는 두 회사가 소비자보호원의 잘못된 발표로 인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며 많은 점을 생각하게 됐다.
소비자보호원이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긍정적인 면은 물론 높이 산다.
그러나 확실하지 않은 사실이 매스컴에 발표될 경우 기업이 받는 피해란 정말 치명적인 만큼 진실한 기업을 보호할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Y셔츠의 경우, 목치수가 틀리다고 발표되어 회사간부가 소비자보호원에 찾아가서 문제의 Y셔츠들을 재보니 정확히 치수가 맞았다. 항의하고 그 원인을 캐보니, 줄자가 아닌「공업용 쇠자」로 쟀더라는 것이다. 곡선을 직선자로 재면 당연히 오차가 나게 마련 아닌가!
또한 수축력이 전혀 다른 A사·B사·C사의 내의를 조사한 뒤 마치 같은 소재를 비교조사한 것처럼 발표해 곤란을 겪게한 경우도 있다. 이 발표가 나간후 그렇게 정직한 기업으로 대우받아 왔던 업체가 소비자나 백화점등으로부터 외면받거나 검품이 까다로와지고 불신받는 것을 보면서 몹시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그들은「실수」였다고 그저 사과할뿐, 충분한 해명기사가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소비자보호원의 공신력을 철저히 믿고 있는 소비자들이 갖게된 나쁜 인식을 씻을 길이 전혀 없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처럼 사실의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어야 진실한 기업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름대로의 제안을 해본다.
물론 권위있는 분들이 조사하겠지만 그래도 그 많은 제품에 대해서 충분한 지식을 갖기는 어려우므로 적어도 메리야스에 어떤 어떤 조직이 있고 그 수축력은 왜 달라지나, 또는 Y셔츠의 목은 왜 줄자로 재야 하는가 등은 미리 설명이라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며칠전 신문에서 생수에 대장균이 많다는 소비자보호원의 발표를 보았다. 내가 먹는 물도 그곳에 끼어있었다. 순간『이제 끊어야지』하다가『과연 이 발표는 확실할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 순간 지난번 잘못된 발표로 우리의 소비자들이 얼마나 영향을 받았을까하는 생각에 아찔해졌다.
확실하지않은 발표는 소비자를 혼란시키고 기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소비자보호원은 다시한번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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