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개 혐의, 110억원대 뇌물’ 시작된 MB 조사…“한 번 소환으로 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중앙포토]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했다. 14일 오전 9시 23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그는 포토라인에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전직 대통령이 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는 말도 남겼다. 5문장의 짧은 입장문을 발표한 이 전 대통령은 고개를 깊숙이 숙여 인사한 뒤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8개월간의 수사 끝 검찰 출석한 MB #20여개 혐의 110억원대 뇌물액 조사 #“1회 소환으로 모든 조사 끝낼 예정” #밤 늦게까지 마라톤 조사 이어질 듯

이 전 대통령은 1년 전 검찰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서울중앙지검 1001호에서 조사를 받는다. 모든 조사과정은 영상녹화를 통해 기록으로 남긴다. 이 전 대통령 측도 이에 동의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앞에 서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앞에 서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뇌물과 조세포탈, 직권남용 등 20여개에 달한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17억5000만원) ▶다스 실소유주 ▶삼성의 다스 변호사비 대납(60억) ▶민간·정치자금 불법 수수(약 33억5000만원) 의혹 등이다. 특히 뇌물의 경우 혐의액만 110억원대에 달한다. 이날 검찰 조사가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관련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갖추되 철저하고 투명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선 뇌물 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가 이 전 대통령의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할 핵심 뇌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삼성이 2003~2008년 다스의 미국 내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에이킨 검프에 변호사 비용 60억원을 대납한 사건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도 연결돼 있는 문제다. 삼성이 다스의 변호사 비용을 대납한 사실 자체가 ‘다스=MB소유’임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삼성이라는 글로벌기업이 자동차 시트를 제작하는 중소기업의 변호사 비용을 대납해 준 것은 그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권력’을 의식한 청탁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며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의 회사라면 대납액 60억원은 직접뇌물이 되고, 이 전 대통령 소유가 아니라 해도 제3자뇌물로 의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에이킨 검프의 법률지원을 ‘무료변론’으로 알고 있었고, 대납 등 삼성의 개입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에이킨 검프로부터 받은 법률적인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고 실제 소송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도움을 받은 것이 없고 삼성 측에 부탁한 적도 없기 때문에 비용을 대납했다는 혐의는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사청탁 등의 명목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22억5000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중앙포토]

인사청탁 등의 명목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22억5000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중앙포토]

검찰의 두 번째 수사 포인트는 이른바 ‘이팔성 뇌물’ 등 민간·정치자금 불법 수수 혐의다. 검찰은 2007~2011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인사청탁 등의 명목으로 이 전 대통령에게 총 22억5000만원을 건넸다고 보고 있다. 또 비슷한 시기 대보그룹·abc상사 등 민간기업에서 7억원을,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 등으로부터 공천헌금 4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마친 상태다.

불법자금 수수에 대해선 이 전 대통령 측에서도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건네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22억5000만원 중 실제로 받은 돈은 8억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돈을 받긴 했지만 이 전 대통령 당선(2007년 12월) 이전에 받은 돈이기 때문에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에 해당하고, 공소시효 7년이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측에선 2007년 이후에도 돈 전달이 계속 이뤄진 만큼 정치자금이 아닌 뇌물로 봐야 하고, 특히 이 전 회장이 우리금융회장 연임에 성공(2011년 2월)한 뒤에는 돈 전달이 끊겼다는 점 등을 근거로 ‘포괄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민변-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변-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스 실소유주 의혹 역시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의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검찰은 다스 설립자금 4억2000만원이 이 전 대통령의 돈이었고, 이상은 다스 회장은 서류상 오너일 뿐 실제론 이 전 대통령이 회사를 경영하고 수익금을 차지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인 다스가 대기업인 현대자동차로부터 안정적인 납품계약을 맺고 회사를 성장시킨 배경엔 이 전 대통령의 역할이 주요했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에선 “다스는 친형(이상은 회장)과 조카 등이 임원진으로 있는 가족회사였기 때문에 경영 자문을 해 준 것일 뿐이지 지분 등 일체의 소유권은 없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