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혐의 인정하나?”는 질문에 이 전 대통령이 한 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차량에서 내린 짙은 색 양복에 푸른색 넥타이를 맨 모습의 이 전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섰다.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지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 한가운데 섰다. 곧바로 취재진이 "국민에게 한 말씀 해 달라"라고 질문에 “할거예요”라고 말하며 '대국민 메시지'를 적은 A4용지를 꺼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죄송하다”는 말을 두 번, “미안하다”는 말을 한 번 했다. 국민과 자신을 지지해준 측근들을 향해서였다. 그는 “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한 때에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또한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고 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로서 물론 하고 싶은 말도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며 말을 맺었다.

그는 이어 검찰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청사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한 여성 기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100억원대 뇌물혐의를 부인하는가”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기자를 쳐다보면서 질문에 답하지 않고 “위험해요. 위험해”라고 했다. 앞에 있는 계단을 조심하라는 말이다. “다스는 누구의 것으로 생각하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

이 전 대통령은 곧바로 미리 대기 돼 있던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검찰 고위간부 전용 엘리베이터가 아닌 사건 관계인과 직원들이 이용하는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이 전 대통령이 탄 엘리베이터는 9시 26분 조사실이 위치한 10층에 섰다.

MB정부 초기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던 강훈(64·14기) 변호사를 필두로 한 변호인단 4명은 이미 청사 안에 들어와 있던 상태였다.

이날 검찰청사 앞에는 2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비표를 교환하고 소지품 검사와 신체검사 등을 거친 사람들만 출입이 가능했다.

이 전 대통령이 영상녹화에 동의해 조사 과정은 모두 영상에 담긴다.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이 피의자 진술을 영상으로 녹화할 수 있도록 한다. 피의자의 경우 녹화 사실을 미리 알려주면 동의는 필요 없다. 녹화 영상은 법정에서 증거로 신청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조사 당시 당사자의 강력한 반대로 검찰은 원활한 조사를 위해 영상녹화를 하지 않았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