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관계’ 얘기하게 해달라 … 포르노 배우 비밀유지계약 무효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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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핵 담판’ 수락과 무역상대국들에 대한 ‘관세폭탄’으로 한층 기세등등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런 그가 포르노 배우와 섹스 스캔들로 내상을 입고 있다.

백악관 강타한 ‘성의혹 막장드라마’ #2006년 골프장서 만난 뒤 호텔로 #대선 때 입막음 ‘13만 달러 지급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폭로한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폭로한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 [AP=연합뉴스]

상대는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던 스테파니 클리포드(38). 클리포드의 일방적인 폭로로 촉발된 섹스 스캔들은 현재 법적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최고 권력자’와 포르노 배우의 낯뜨거운 성관계 의혹이 연일 미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미국 현지에선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만약 거짓이라면 심각한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이번 스캔들에 트럼프가 유독 말을 아끼고 있다는 점. “떳떳하지 못해 제대로 대응 못하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이번 일로 트럼프는 부인 멜라니아와의 관계까지 틀어진 것으로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최근 백악관 참모진이 속속 떠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고립감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섹스 스캔들은 2011년 클리포드의 한 매체 인터뷰에서 처음 언급됐다. 인터뷰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06년 7월 미 네바다주 타호 호수 인근 골프장에서 처음 만났다, 함께 골프 카트를 타고 라운딩을 하면서 친해졌다고 한다. 그로부터 며칠 뒤 트럼프는 클리포드에게 “내 호텔 방에서 함께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고, 흔쾌히 응한 클리포드는 그날 트럼프의 호텔 방을 찾았다. 두 사람의 성관계설이 제기된 시점이다.

트럼프의 세 번째 아내인 멜라니아가 막내아들 배런을 낳은 지 3개월째 된 때였다.

트럼프의 일탈은 올 1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다시금 세상에 알려졌다. 두 사람의 섹스 스캔들을 둘러싼 ‘입막음성 로비’의 폭로였다. 구체적으로는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 대선 캠프의 특별정치 고문인 마이클 코언 변호사가 성관계 사실에 대한 ‘침묵’을 대가로 클리포드에게 13만 달러(1억4000만원)를 건넸다”는 내용이다. 돈이 송금된 건 대선을 12일 앞두고 선거전이 정점으로 치닫던 그해 10월 27일이다.

트럼프 측은 발끈했다. 특히 WSJ가 지목한 코언은 “돈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지만 곧 관련 사실 일체를 인정했다. 다만 그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돈을 건넸다. 트럼프의 돈이 아닌 내 돈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코언은 ‘클리퍼드의 것’으로 추정되는 합의 계약서를 공개했다. “트럼프와 성적 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내용도 있다. 문서 한켠에는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서명도 있었다.

급기야 코언은 법원에 중재 명령까지 신청했다. 클리포드의 발설을 막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한시적 명령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이에 클리포드 측은 “코언 변호사가 퇴임 판사로부터 발급받은 가짜 중재 명령서를 들이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리곤 이달 6일 트럼프 대통령과 맺은 비밀유지 계약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소송을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제기했다. 소장에서 클리포드는 “트럼프는 코언의 조력을 받아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하려고 공격적으로 시도했다. 대선에서 이기려고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기에 관계 사실을 비공개로 한 합의 역시 무효”라고 주장했다.

현재 클리포드는 트럼프와의 스캔들을 다룬 저서 출판까지 예고하고 있다.

법적 공방은 확산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재판에 출두해야 할 수도 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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