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 좋은 사람이다."
프로농구 원주 DB가 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DB는 11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69-79로 패했지만, 2위 전주 KCC가 서울 삼성에 83-88로 덜미를 잡히며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을 이끈 이상범 감독은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나는 운이 좋은 거 같다. 선수들이 궂은 일은 마다하지 않고 많이 뛰어준 덕분에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상범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KCC와 삼성의 경기를 TV로 지켜봤다. KCC가 패하면 DB의 우승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손에 땀이 쥘 정도로 집중해서 다른 팀 경기를 지켜본 게 처음이었던 거 같다. 오늘 졌지만 어찌됐든 우승을 했기 때문에 만족한다. (삼성) 이상민 감독에게 고맙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정말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DB는 이번 시즌 전만해도 유력한 최하위 후보였다. 시즌 중반 1위를 달릴 때도 반짝 '돌풍'에 그칠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올해 13연승을 내달리며 1위를 탈환했고, 마지막까지 KCC의 추격을 뿌리치고 1위를 지켜냈다. 이상범 감독은 "지난 시즌 제대로 경기에 나선 선수가 거의 없었다. 우려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선수들에게 '그동안 맺힌 한을 코트에서 풀어라'며 동기부여 해주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이상범 감독은 2009~14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 시절, 하위권 팀을 우승(2012~13시즌)으로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리빌딩 전문가'라 불리는 그에게도 DB는 벅찬 도전이었다. 이 감독은 2014년 2월 KGC 감독에서 물러난 뒤 3년간 일본을 돌며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지도했는데, 이 경험은 큰 도움이 됐다. 만년 백업 선수들은 두려움을 잊고 자신감있게 코트를 휘저었다. 이 감독은 한 시즌 만에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완벽히 잡았다.
이상범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은 이 번이 처음이다.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뜻깊지만 54경기 선수들과 뒹굴면서 우승을 했다는 게 더 뜻깊다"며 "선수들이 잘 따라줘서 고맙다. 특히 김주성, 윤호영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 엄마, 아빠 노릇을 잘 해준 게 선수단이 흔들리지 않고 버틴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정규리그 1위에 오른 DB는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이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도 드러났 듯이 큰 경기에서는 백업 선수들의 움직임이 소극적으로 변했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풀어가야할 문제다. 우리 팀의 최대 약점은 역시 경험"며 "선수들이 압박을 잘 버텨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걸 풀어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밝혔다.
원주=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