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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못 따도 우리 아들, 남편 멋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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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7.5km가 끝난 뒤 어머니 이회갑(오른쪽) 씨와 만난 신의현. 평창=김지한 기자

1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7.5km가 끝난 뒤 어머니 이회갑(오른쪽) 씨와 만난 신의현. 평창=김지한 기자

"안 다치고 그 정도면 잘 한 거여. 우리 아들 멋져!"

감동 준 패럴림픽 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의 가족 상봉

1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좌식 7.5km 경기에 출전한 신의현(38·창성건설)이 결승선을 통과하자 관중석에서 지켜본 어머니 이회갑(68) 씨는 일어서서 박수를 보냈다. 아버지 신만균 씨와 신의현의 아내 김희선 씨, 12살 딸 신은겸 양, 9살 아들 신병철 군도 자랑스런 아들, 남편, 아빠를 향해 환호를 보냈다. 비록 목표했던 금메달이 아닌 5위(24분19초9)로 경기를 마쳤지만 멋지게 레이스를 펼친 신의현을 격려했다.

1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7.5km가 끝난 뒤 함께 모인 신의현 가족. 평창=김지한 기자

1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7.5km가 끝난 뒤 함께 모인 신의현 가족. 평창=김지한 기자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어머니 이 씨는 아들에게 "안 아프고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멋지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 2006년 2월 상황을 잊지 못한다. 당시 대학 졸업을 하루 앞두고 승용차를 몰던 신의현은 반대편에서 달려온 1.5톤 트럭과 충돌하는 큰 사고를 당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이 신의현의 부모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7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살아났지만 깨어난 신의현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어머니의 선택에 한동안 크게 원망하기도 했다.

2018평창패럴림픽 바이애슬론에 출전한 한국 신의현이 10일 평창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남자 7.5km 좌식경기에서 힘차게 언덕을 오르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2018평창패럴림픽 바이애슬론에 출전한 한국 신의현이 10일 평창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남자 7.5km 좌식경기에서 힘차게 언덕을 오르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그러나 2009년부터 휠체어농구, 장애인아이스하키, 휠체어 사이클 등을 하면서 운동을 통해 새로운 꿈을 키운 신의현은 사고 후 12년이 지난 2018년 3월, 노르딕 스키 부문 패럴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기까지 했다. 충남 공주 정안에서 밤 농사 일을 하는 이 씨는 "가슴이 벅차지요. 얼마나 좋아. 아팠을 때 생각하면 진짜 대단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면서 "이렇게 뛰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대견하다. 내가 시킨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자기가 노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의 경기를 현장에서 처음 보게 돼 청심환까지 먹었다는 이 씨는 "보니까 그래도 마음이 덜 긴장되더라. 마을에서도 버스 한 대를 빌려서 많이 찾아왔다. 인심을 많이 얻긴 얻은 모양"이라며 흐뭇해했다. 신의현의 가족들은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1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7.5km가 끝난 뒤 아들 신병철 군과 입맞춤하는 신의현. 평창=김지한 기자

1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7.5km가 끝난 뒤 아들 신병철 군과 입맞춤하는 신의현. 평창=김지한 기자

경기를 마친 신의현은 어머니, 가족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신의현은 "아들 잘 했어!"라고 안아주는 어머니를 보고 잠시 눈물을 흘렸다. 신의현은 "태어나게 해주시고 여기까지 오게 해주신 어머니께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경기장엔 최근 건강 문제로 몸이 불편한 신의현의 아버지 신만균 씨도 찾았다. 아내 김 씨도 "메달 못 따더라도 남편이 자랑스러워요. 멋진 남편입니다"라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아직 패럴림픽 5개 종목이 남은 신의현은 어머니, 아내와 포옹하고, 딸, 아들과 차례로 입맞춤한 뒤 선전을 다짐하고 자리를 떴다. 신의현은 "남은 경기 진짜 최선을 다해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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