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5자회동 쟁점마다 시각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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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5자 회동'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왼쪽에서 둘째)과 3당 대표, 박관용 국회의장이 덕담을 나누고 있다. [신동연 기자]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의 분수령이 될 청와대의 5자회동이 4일 개최됐다.

김두관(金斗官)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의 수용을 둘러싼 청와대와 한나라당 측의 대치 속에 이뤄진데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 최병렬(崔秉烈)대표의 어렵사리 이뤄진 첫 만남이라 상생 정치의 전기가 될지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이날 회동은 곳곳에서 옥신각신 시각차만 드러내고 말았다.

유일하게 합의한 것이 있다면 崔대표가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제안한 ‘국가전략산업 특위’를 구성키로 하고 여기에 여야 3당이 참여키로 한 것이다.

盧대통령은 2시간15분에 걸친 대화의 말미에 “어제 내게 대단히 힘든 숙제를 줬다”고 해임건의안 문제를 언급했다. 崔대표는 이에 대해 金장관의 전날 기자회견이 “대단히 방자했다”는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盧대통령의 해임안 수용을 촉구했다.

崔대표는 이어 “오늘 아침 조간신문에 난 헌법학자의 글을 읽었으리라 믿는다”며 “이런 논리와 다른 결정(거부권 행사)을 하면 헌법 정신을 유린하는 것으로 보고 정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그러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봐야겠다”고 했으나 윤태영(尹太瀛)청와대 대변인은 이를 조크성 답변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화는 주로 崔대표가 준비해 간 자료를 읽고, 盧대통령이 응답하는 데 1시간30분을 소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崔대표는 “취임 6개월이 지나서야 원내 1당 대표를 만나게 된 것 자체가 정치가 잘못 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당선된 후에는 대정부 공세가 심해서 차마 (만나자고)입을 뗄 수가 없었지만 언제나 어려운 일이 있을때는 상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崔대표는 “盧대통령이 여권 내 신당 창당에 불간여 원칙을 지켜 달라”며 “대통령께선 부인하지만 민주당 신·구주류가 쪼개지면 어느 편을 택할 것이냐”고 다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盧대통령은 “(신당에)전혀 간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안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민주당 정대철(鄭大哲)대표가 끼어들어 “야속할 지경이다. (盧대통령이)정말 (당을)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해 웃음이 나왔다고 尹대변인은 전했다.

崔대표는 특히 굿모닝시티·권노갑 사건 등 을 언급하며 “굿모닝시티 건은 鄭대표가 스스로 밝힌 것이고 盧대통령도 ‘원도 한도 없이 써봤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의혹의 중심에 서서는 리더십 발휘가 안되니 특검·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톤을 높였다. 盧대통령은 “일절 검찰수사에 관여하고 있지 않아 답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사 문제를 崔대표가 정면으로 제기하면서는 두 사람 간의 설전이 일었다. 崔대표는 “경제 부처 중 가장 잘못하는 것은 노동부” “뒤늦게나마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은 옳으나 초기 대응의 잘못이 엄청나다”고 했다.

이에 대해 盧대통령이 “오늘은 큰 차원의 얘기를 하자. 왜 이런 논쟁적 얘기를 하느냐”고 했다고 崔대표는 전했다. 이후 “정부가 잘못 했다고 공격하는 것 아니냐”(盧대통령), “공격이라고 하지는 않았다”(崔대표)는 응수가 오갔다고 崔대표는 말했다.

盧대통령의 김문수(金文洙)의원에 대한 소송에 대해 崔대표는 “대통령이 나라의 어른인데 참아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두차례나 했고 盧대통령은 “언론도 잘못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당장은 논의할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미에 盧대통령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당이 국회를 지배하던 시대가 바뀌어 여도 야도 익숙하지 않아 대립 관계가 생긴 것 같으니 대화를 자주 나눴으면 한다”고 했다. 崔대표는 “그래서 당적 이탈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여야와 등거리가 된 상태에서 국정 운영을 하는 게 좋지 않으냐”고 했다.

崔대표는 당사로 돌아와 “盧대통령은 보기에 따라 상당히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했다.

최훈·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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