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살 펴기 "몸부림" 치질약까지 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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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얼굴의 주름살을 펴거나 더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중년여성들의 주름살 제거 성형수술이나 각종 마사지는 이제 「고전」이라고나 해야할 지경.
심지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여드름 치료제며 치질약까지 얼굴에 바르는가하면, 잔주름 제거효과가 5∼8시간만 지속된다는 수입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주름살을 펴주는 「기적의 여드름치료제」로 소문난 레틴A의 경우 중년여성의 노화된 피부에는 거의 효과가 없을뿐더러 피부가 벗겨지거나 홍반이 나타나고 직사광선에 대한 과민반응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으며,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도 주름살제거제로는 아직 승인하지 않은 약품이다. 그러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부탁받는 「선물」의 하나로 떠오르는가하면 시중에서도 흔히 거래되고있다.
역시 미국에서 개발된 치질치료제 P연고도 최근 「주름살을 펴주고 피부도 부드럽게 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이것을 얼굴에 바르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79년부터 이 연고제를 수입, 판매하다 올해부터는 직접 생산하면서 대대적으로 광고하고있는 I제약회사 관계자도 『아직은 주름살제거제로 허가받지 못했으므로 마음놓고 권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비릿한 냄새가나는 이 약을 한꺼번에 네댓 개씩 사가는 여성들이 부쩍 늘기에 알고 보니 얼굴에 바른다고 한다』는 약사 이씨(46)는 『남성들도 은근히 이 연고의 주름살 제거효과에 대해 묻는다』며 웃었다.
이 치질약은 미국에서도 70년대 중반에 이미 그런 소문이 퍼져 한동안 얼굴주름살 제거제로 각광받았던 약품. 그러나 그는 『이제껏 주름살 제거제로 정식 승인받지 못한 사실에 비춰볼 때 안심하고 권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주름살을 없애려고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수없이 많은 터에 만일 어느 약품의 주름살제거효과와 안전성을 자신있게 보장할 수만 있다면 제약회사 측이 당장 그런 용도로 허가받아 「돈방석」에 올라앉지 않겠냐는 얘기다.
한편 「주름살은 여성 최대의 적」임을 내세우며 미국·유럽 등지에서 들여온 수십 종의 주름살 제거제가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가운데 『주름부위에 바른 뒤 5∼6분만 지나면 주름이 퍼지고 그런 「일시적 젊음」이 5∼8시간 지속된다』는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피부과 전문의 국홍일교수(이대 의대)는 『소문만 믿고 아무 제품이나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천만』이라며 철저한 임상실험을 거쳐 최종적으로 관계당국이나 기관의 허가를 받은 제품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까지는 콜라겐성분이 함유되어 피부조직을 팽팽하게 해주는 작용을 하는 아이 크림(eyecream)종류의 화장품(주름살 제거보다는 주로 예방효과) 정도만이 그 안전성이 보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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