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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러시아 스파이 사건으로 21명 피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에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부녀가 신경작용제(nerve agent) 공격을 당해 의식불명에 빠진 것과 관련, 영국 경찰관 등 피해자가 총 21명에 달한다고 미국 CNN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고한 시민과 응급 인력 등 불특정 다수까지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되면서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부녀, 경찰관 등 3명 여전히 입원 치료 #메이 총리 "배후 밝혀지면 적절 대응"

 여전히 입원 중인 전 러시아 정보 요원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33), 경찰관 닉 베일리(38) 등 세 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혈액검사를 포함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전직 러시아 스파이 부녀가 의식을 잃고 발견된 영국 솔즈베리 벤치. [로이터통신 캡처]

전직 러시아 스파이 부녀가 의식을 잃고 발견된 영국 솔즈베리 벤치. [로이터통신 캡처]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던 베일리는 여전히 우려스러운 상태지만 현재 침대에 앉아 얘기를 나눌 정도로 안정된 상태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면서 한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사건 발생 현장인 시내 중심이 아니라 스크리팔의 집 안에서 신경작용제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국 경찰은 현재 스크리팔의 집도 범행 장소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의 집과 부녀가 쓰러지기 직전 들러 술을 마시고 밥을 먹었던 술집과 레스토랑 세 곳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크리팔이 살았던 영국 솔즈베리 내에서 그가 과거 러시아 정보 요원이었던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현지 술집에 자주 들르고 상점에서 긁는 복권을 사는가 하면 지역 내 60대 또래 남성과 사교 클럽에 가입한 평범한 사람이었다.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오른쪽)과 그의 딸. [텔레그래프 캡처]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오른쪽)과 그의 딸. [텔레그래프 캡처]

 경찰은 이번 사건을 이들 부녀를 표적으로 한 살해 시도로 보고 있다. 외신 등은 러시아가 배후에 있다는 점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국내 담당 정보국(MI5)이 이번 사건을 러시아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하원 연설에서 러시아 개입이 확인되면 6월 러시아 월드컵에 불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8일(현지시간) ITV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조치가 필요하다면 정부는 대응할 것”이라며 “증거를 갖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을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면서 “영국이 이번 사건을 ‘반러시아’ 활동에 부채질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피격 직전 세르게이 스크리팔이 상점에 들러 물건을 사고 있는 CCTV 영상. [CNN 캡처]

피격 직전 세르게이 스크리팔이 상점에 들러 물건을 사고 있는 CCTV 영상. [CNN 캡처]

 한편 CNN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명받고 있는 12년 전의 전 러시아 스파이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암살 사건과 관련, 그의 아내인 마리나 리트비넨코와의 단독 인터뷰를 보도했다.

 마리나는 “남편에 대한 공격과 이번 사건 사이에서 암살 방식의 유사점을 봤다”면서 “이번 사건 이후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고 있다. 영국 땅에서 같은 운명에 놓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리나 레트비넨코.[CNN 캡처]

마리나 레트비넨코.[CN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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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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