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슈추적] 한명숙 총리 후보 생각 들여다보면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명숙 총리 후보자는 '부드러운 재야 원칙파'로 불린다. 열린우리당 안에서 뚜렷한 정치색을 띠지 않았고 성품이 온화해 연성(軟性)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나 통일 문제에 대해선 고집스러울 만큼 확고한 원칙을 지녔다. 이따금 강성이란 소리를 듣는 이유다. 총리가 될 경우 그가 어떤 면을 부각시킬지 관심이다.

◆ 대외정책.경제 분야선 현실적=한 후보자는 2005년 11월 쌀 협상 비준안과 2004년 12월 이라크 파병안에 찬성했다. 시민.재야단체가 격렬히 반대했던 사안이다. 노무현 정부의 핵심 대외정책에 대해 유연한 모습을 보인 대표적 사례다.

그는 지난해 3월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 유예와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 정부의 경제개혁이 후퇴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자 "그런 지적이 있긴 하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축된 내수경기를 풀어주기 위해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현실론을 펴기도 했다.

◆ 야당과 합의한 당론에 기권=한 후보자는 2004년 10월 여당이 당론으로 추진했던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공동 발의했다. 재야 출신으로 그의 오랜 소신이다. 그는 24일 총리 지명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형법 보완을 조건으로 국보법 폐지 당론에 찬성하는 데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2005년 5월 국회에서 처리된 과거사법에 대해선 야당과 합의해 정한 여당의 당론이 "처음 안보다 후퇴했다"며 국회 표결에서 기권했다. 또 지난달 미국이 북한 위폐 문제를 제기하자 "증거 없이 평화정착 기운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 "통일은 남북 교류에서부터"=한 후보자의 통일관은 분명하다. 남북 교류협력이 통일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지난해 당 상임중앙위원으로 있으면서 "남북협력기금 국가 예산 1% 시대를 열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어떤 난관이 있어도 남북 교류는 지속해야 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했다. 대미 비판도 북한 인권법이나 북한 위폐 문제 등 남북 교류에 걸림돌이 되는 사안에 모아졌다. 17대 국회에서 그의 상임위는 줄곧 통일외교통상위원회였다.

고향이 평양인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통해 분단의 한을 느끼고 자란 내가 통일과 평화운동에 참여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쓰고 있다. 당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여성부 장관이 된 만큼 DJ의 영향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대표엔 비판적=특정인을 잘 비판하지 않는 한 후보자가 유독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선 여러 차례 날을 세웠다.

지난해 10월 박 대표가 '강정구 파문'을 놓고 국가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자 "유신독재에 대한 한마디 사과 없이 무슨 염치로 국가 정체성 운운하느냐"고 비판했다. 또 지난해 3월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거대 야당의 대표를 여성이 개척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박 대표는 유신독재 정권의 그늘 밑에서 성장한 보수지향적, 과거지향적 정치가"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 엇박자 행보도=지난해 과거사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여당은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당 지도부가 찬성 당론을 따르지 않고 기권이나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한 후보자도 기권했다. 비슷한 시기 당 분위기 쇄신을 위해 혁신위원회가 꾸려졌다. 한 후보자가 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정작 혁신위가 찬성 당론을 거스르면 의원들을 징계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비판이 일었다. 환경부 장관 재임 시절인 2003년 5월 장관 신분으로 새만금 간척 사업 반대 시위에 참여해 구설에 올랐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