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명 우르르 입장 … 35명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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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입장객 제한인원인 3만5000명이 넘자 롯데월드 측은 정문 셔터를 내려 입장을 막았다. 미처 들어가지 못한 관람객들이 입장을 요구하며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안성식 기자

서울 롯데월드가 26일 연 무료개장 행사에 관람객 6만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30여 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파에 떠밀려 수십 명이 넘어지면서 다리와 팔을 다쳤고,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특히 경찰이 행사 전부터 안전사고에 대해 경고했지만 롯데월드는 이를 무시해 사고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행사는 6일 롯데월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다 이 회사 직원 성모(28)씨가 떨어져 숨진 사고에 대한 사과 차원에서 마련됐다. 롯데월드는 자숙하는 의미에서 31일까지 휴장키로 했다.

◆ 수용인원 초과로 아수라장=행사 첫날인 이날 롯데월드에는 오전 4시쯤부터 인파가 밀려들어 오전 6시30분쯤 이미 6만여 명(경찰 추산)이 몰렸다. 무료개장 소식에 지방에서 상경한 인원도 상당수였다. 사람들이 급격히 늘자 오전 7시20분 롯데 측 안전요원들이 지하철 잠실역~롯데월드 정문 앞 사이 200여m에 들어찬 관람객들에게 앉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관람객들이 계속 앞으로 밀려들면서 앞쪽에 앉아 있던 7명이 넘어져 다리와 팔이 깔리는 부상을 입었다.

사고가 난 뒤에도 몰려든 시민들은 돌아가지 않았다. 오전 8시쯤 관람객 1500여 명이 닫혀 있던 정문 출입구 셔터를 강제로 올리고 롯데월드 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롯데월드는 예정시간보다 이른 8시20분 입장하도록 했다.

정문과 남문의 출입구가 열리자 입구에 있던 수만 명은 개찰구 쪽으로 앞다투어 나갔다. 이 과정에서 남문의 유리창이 깨지면서 한모(13)양이 유리에 손바닥이 찔리는 부상을 입고 정문의 셔터가 부서지는 등 사고가 속출했다. 이로 인해 모두 35명의 부상자가 발생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부상자의 대부분은 10대 청소년이었고 세 살배기 아이도 있었다.

롯데월드 측은 입장 10분 만에 1만7000여 명이 들어오자 "집으로 돌아가라"고 안내했지만 관람객들은 계속 밀고 들어왔다. 결국 오전 10시30분 최대 수용인원인 3만5000명이 꽉 차고서야 입장을 중단했다. 하지만 놀이공원에 들어가지 못한 못한 1000여 명이 3시간 넘게 "들여 보내 달라"고 요구하는 소동이 이어졌다.

어렵게 입장한 놀이공원 내부도 아수라장이었다. 초등학생 아들과 친구들을 데려온 조병철(40.서울 금천구)씨는 "개장 1시간30분 전부터 기다려서 간신히 들어오긴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고 위험할 것 같아 4시간 동안 놀이기구 한두 개만 타고 나왔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녹초가 돼 벤치나 바닥에 주저앉은 청소년들이 눈에 띄었고, 미아를 찾는 구내 방송도 잇따랐다. 롯데월드는 평소보다 5시간 이른 오후 6시에 폐장했다.

◆ 경찰 '경고' 무시=송파경찰서 관계자는 "무료개장을 한다는 사실을 비공식적으로 접한 뒤 24일 롯데월드에 공문을 보내 행사계획서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며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 대비하라'고 경고도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월드는 '자신 있다'고만 말했을 뿐 경찰에 아무런 협조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고가 일어난 뒤인 오전 8시쯤 롯데월드의 요청을 받고 의경 400여 명을 현장에 배치해 질서유지에 나섰다.

관할 소방서도 오전 7시20분 첫 부상자가 발생해 119신고가 들어온 뒤에야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서울소방방재센터는 8시19분 '구조 2호'를 발령하고 인근 6개 소방서의 구조인력 280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구조 2호'는 사상자가 10~20명으로 예상될 경우 발령하는 긴급조치로 일선 소방서엔 1년에 한두 건 정도밖에 없다.

◆ 안전요원 57명에 관람객은 평소의 여섯 배=롯데월드는 이번 행사에 대비해 직원을 평소보다 세 배가량 많은 210명을 배치했으나 대부분 사무직 직원이었다. 또 사고가 처음 발생한 시각엔 근무교대가 이뤄지지 않아 전날 밤 근무한 안전요원 57명만 있었다. 평소 주말 관람객(1만 명)의 여섯 배가 넘는 인파를 감당하기란 불가능한 상태였다.

선착순 입장 대신 인터넷으로 초대권을 미리 받게 해 인원을 제한하거나 현장에서 대기표를 나눠주는 방법도 있었지만 롯데월드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한애란.김호정 기자 <aeyani@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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