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식용유를 알아야 웰빙을 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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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는 과육에서 채취한 식용유. 이탈리아.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주로 생산된다.

최고급인 엑스트라 버진은 올리브 열매에서 처음 짜낸 것으로 향이 가장 강하다. 발연점(식용유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이 낮아 튀김.볶음 요리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참기름처럼 음식의 마무리용으로 사용하거나 샐러드 드레싱.소스로 쓰는 것이 적당하다.

우리 음식 중에선 비빔밥.비빔냉면.나물무침 등과 잘 어울린다. 다음 단계인 파인 버진은 가열해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으므로 모든 요리에 두루 사용이 가능하다. 그 아래 등급인 퓨어는 맛과 향이 약하므로 일반 식용유처럼 쓰면 된다. 발연점이 높으므로 부침.볶음.구이 요리에 쓸 수 있다.

올리브유가 서양에서 인기를 끈 것은 이 식용유를 주로 쓰는 지중해 지역 사람들이 심장병 등 혈관질환에 덜 걸린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 그 비결로 추정되는 것은 올리브유 지방의 80%를 차지하는 올레산이다.

하지만 이 공식을 우리나라에 대입하는 것은 곤란하다. 한서대 식품생물공학과 함태식 교수는 "한국인은 굳이 올리브유가 아니더라도 올레산을 비롯한 단일 불포화지방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리브유는 열량이 상당히 높다. 찻숟갈당 120㎉(지방 14g)로 같은 무게의 버터(100㎉, 지방 12g)보다 높다.

포도씨를 압착해 얻은 포도씨유는 이탈리아.프랑스.칠레에서 주로 생산된다. 올리브유에 비해 향이 적고, 맛이 산뜻한 것이 특징이다. 발연점이 높아 튀김.구이.볶음 요리에 두루 쓸 수 있다. 담백한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점도가 낮아 찍어먹는 소스로 사용하기엔 부적합하다.

포도씨유 지방의 70%는 리놀레산(70% 이상)이다. 리놀레산은 한국인이 이미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 오메가-6 지방의 일종이다. 한국인에게 진정으로 부족한 것은 리놀레산이 아니라 리놀렌산(오메가-3 지방의 일종)인데 이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캐놀라유는 캐나다의 농학자가 천연의 유채유 중에서 심장에 해로운 성분을 제거해 만든 식용유다. 캐나다에서 얻은 기름이란 뜻이다.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동물성 지방에 많음)의 비율이 식용유 중에서 가장 낮다. 대신 불포화지방의 비율이 높아 심장병.뇌졸중 등 혈관질환 예방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과 열에 대한 안정성이 뛰어나고 발연점이 높아 튀김.구이.볶음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오메가-3 지방이 10%가량 들어 있다.



● 한국인 지방 섭취 이상적인 편

● 오메가 3:오메가 6 비율 신경 써야

● 등푸른 생선, 들기름, 콩기름 좋아

이제 식용유 하나를 고르는 데도 맛은 물론 건강까지 따지는 시대가 됐다. 이런 주부들의 바람을 등에 업고 최근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이 올리브유.포도씨유.캐놀라유 등 이른바 '웰빙 식용유'다. 국내 식용유 시장에서 올리브유가 콩기름을 제치고 1위로 떠올랐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만큼 이들은 우리 식탁을 빠른 속도로 점령하고 있다.

참기름.콩기름.옥수수기름 등 전통적인 식용유보다 가격도 훨씬 비싸다. 원산지가 외국이란 사실도 공통적이다. 그렇다면 이들 식용유는 가격만큼 건강상의 이득도 보장하는 것일까. 하지만 전문가들은 진정한 웰빙은 특정 식용유의 섭취가 아니라 지방 섭취의 균형이라고 강조한다.

우석대 외식산업조리학과 정문웅 교수는 "한국인의 평균 지방 섭취량은 총열량 섭취량의 20%가량으로 매우 양호한 상태"라며 "콜레스테롤 섭취량도 그다지 높지 않고, 섭취하는 지방의 종류도 이상적인 비율(다중 불포화지방 : 단일 불포화지방 : 포화지방=1 : 1 : 1)이다"고 설명한다. 우리 국민은 현재 지방을 골고루 잘 섭취하고 있으므로 굳이 값비싼 웰빙 식용유를 사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하기 쉬운 지방은 오메가-3 지방이다. '웰빙 지방'으로 알려진 DHA.EPA가 바로 오메가-3 지방에 속한다.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송홍지 교수는 "이들 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전(피찌꺼기).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등 혈관 보호에 유익한 지방"이며 "최근엔 암 예방을 돕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오메가-3 지방의 주공급원은 고등어.참치 등 등푸른 생선이다. 식용유 중에선 들깨기름(50%).콩기름(7%).캐놀라유(10%)에 많이 들어 있다.

특히 콩기름은 오메가-6 지방과 오메가-3 지방의 비율이 적당해 가장 이상적인 오메가-3 지방 공급원으로 꼽힌다.

올리브유.포도씨유.옥수수 기름엔 오메가-3 지방이 거의 없다.

하지만 오메가-3 지방도 오메가-6 지방과의 적정 비율을 유지해야 건강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한국영양학회는 오메가-6와 오메가-3 지방을 4~10 대 1 비율로 섭취할 것을 권한다. 이 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오메가-6 지방이 몸안의 유해산소와 결합해 각종 성인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이 두 지방을 이상적으로 섭취하는 일본.지중해 주변국 사람들은 심장병.비만.뇌졸중에 잘 걸리지 않는다.

상명대 외식영양학과 유춘희 교수는 "한국인의 경우 이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육류나 인스턴트 식품을 즐겨 먹는 어린이의 경우 14대1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오메가-6 지방이 많이 든 식용유는 옥수수기름.콩기름.면실유.해바라기씨 기름 등이다. 이 중 콩기름을 제외한 나머지 식용유는 오메가-6 지방과 오메가-3 지방의 비율이 10 이상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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