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리 노트북에 받침대가 놓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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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지난달 초 '인체공학 컨설팅' (Ergonomic Consulting)을 받고 이렇게 바꿨다. 인체공학 컨설팅은 일하는 자세나 의자 높이 등이 제대로 돼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이다. 어깨.목.허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는 게 주목적이다. 호주축산공사도 뚜렷한 이유 없이 팔과 목이 아프다며 물리치료를 받는 직원이 나오자 이런 컨설팅을 받았다. 주한 호주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서 활동하는 호주인 인체공학 전문가 다이애나 언더우드(여)에게 일을 맡겼다. 언더우드는 책상과 의자의 크기가 적당한지, 자세는 바른지, 전화와 사무용품들이 쓰기 편하게 놓였는지,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마우스의 위치는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지, 조명이 적당하고 소음이 심하지 않은지 등을 따졌다.

직원별로 30여 항목씩 조사했다. 팔목에 통증을 느낀 직원은 키보드의 위치에 문제가 있었다. 그의 책상엔 키보드를 넣는 얕은 서랍이 달려 있었다. 하루 종일 컴퓨터에 붙어 지내면서 키보드를 책상에 올리지 않고 서랍만 앞으로 잡아당겨 타자를 쳤다. 전화가 오면 수화기를 어깨와 턱 사이에 낀 채로 계속 타자를 치고 마우스를 놀렸다.

언더우드는 우선 키보드의 위치가 낮아 팔목에 무리를 주고 전화를 받는 자세도 어깨와 팔목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진단했다.

다른 직원들에게는 가능한 한 노트북 PC는 쓰지 말라고 권고했다. 무엇보다 키보드가 좁아 어깨를 움츠리게 되고, 팔과 목에도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또 모니터가 낮아 시선을 아래로 향해야 해 목에 통증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이에 따라 호주축산공사는 노트북을 쓰는 직원들에게 받침대를 구해주고, 데스크톱 PC용 큰 키보드를 사 노트북에 연결해 쓰도록 했다.

전화.필기구꽂이.스테이플러.포스트잇 등 자주 쓰는 물품은 똑바로 앉은 자세에서 팔만 뻗으면 닿는 위치에 두라고 충고했다. 예컨대 전화를 자주 받는 사람이 전화기를 멀리 두면, 벨이 울릴 때마다 몸을 그쪽으로 기울여야 해 옆구리와 어깨에 무리가 간다고 한다.

모니터의 위치는 앉아서 팔을 뻗치면 닿을 거리, 높이는 위 끝이 눈높이와 나란하게 조정했다. 이렇게 하면 눈과 목의 피로를 덜어 준다고 한다.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직원은 하루 세 차례 눈 체조를 하라고 했다.

언더우드가 소개한 눈 체조는 창 너머 먼 곳을 멍하니 바라본 채 열을 세는 것이다. 또 모니터를 오래 쳐다보면 안구 건조증이 올 수 있다며 하루 2ℓ 정도의 물을 마실 것을 권했다. 소음도 측정했다. 천장에 붙어 있는 흡기.배기구 아래의 소음도는 TV를 크게 틀어 놓은 수준인 78dB(데시벨)인 것을 확인하고 그 밑의 책상을 다른 쪽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 회사 이구(37) 차장은 "회사가 직원들의 근골격계 질환까지 신경을 써 사기가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글=권혁주 <woongjoo@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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