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익 계속 늘어날 것 … 무역전쟁 조짐은 증시에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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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증권사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이사회는 지난 5일 나 사장의 연임을 의결했다. [오종택 기자]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증권사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이사회는 지난 5일 나 사장의 연임을 의결했다. [오종택 기자]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은 지난 5일 이사회로부터 연임 통보를 받았다. 나 사장은 2012년 대표이사에 처음 임명됐다. 오는 2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되면 2014년, 2016년에 이어 올해까지 ‘3연임’이다. 연장된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8년째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키게 된다. 6일 나 사장이 밝힌 연임 소감은 담담했다.

3연임 된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선진국 중심으로 경기 확장 국면 #미국 중간선거가 시장 흔들 변수 #1985년에 입사해 33년간 한 우물 #주식시장은 늘 불황과 활황 반복 #새 사업보다 안정적 수익 추구해

“고객이나 회사 모두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수익 구조를 만들겠다.”

나 사장을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에서 인터뷰했다. ‘안정과 지속 가능’. 나 사장은 인터뷰 과정에서 이 두 단어를 여러 번 언급했다. 증권업계에서 초대형 투자은행(IB) 경쟁이 치열하다. 자기자본을 늘리며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대형 증권사가 많다. 그러나 대신증권은 그 경쟁에서 비켜나 있다.

나 사장은 “자기자본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사업 포트폴리오(자본 배분) 재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대신에프앤아이(옛 우리에프앤아이) 인수 등 사업 다각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열사가 든든하게 받쳐주는, 고객에서 신뢰받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회사.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색깔”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일문일답.

대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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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경영 기조를 선택한 이유는.
“주식시장은 활황이었다가 언제든 불황이 올 수 있다. 변동이 크다. 대신증권은 그룹사나 금융사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2400선에서 조정을 받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세계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 역시 불안 심리가 커지고 수급 여건이 위축되면서 조정 양상을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위험 관리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하나.
“장기적으로는 상승 추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선진국 중심으로 경기 확장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글로벌 기업 이익 역시 호조세를 띌 것으로 보인다. 채권 금리 또한 그렇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국내 경기도 안정되고 기업 이익의 개선 추세가 계속되리라 전망한다. 하지만 위험 요인도 있다.”
어떤 위험 말인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심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 심리가 높아지고, 미국 통화정책 속도에 대한 논란도 커질 수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가 하락과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국민이 5000만 명이라면 5000만 가지의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자산을 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고수익 고위험을 노리는 투자자도 존재한다. 그런 요구를 다양하게 수용할 수 있게끔 자산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예를 들면 선물시장은 투기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다. 그렇더라도 건전하게 위험 관리(헤지)를 할 수 있도록 고위험 고수익을 수용할 수 있는 시장을 열어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 이런 투기적 수요가 가상화폐 시장으로 간 것 아닌가 생각한다.”
암호화폐 시장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가 논문을 통해 밝힌 취지는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불거진 제도권 은행에 대한 불신이다. 제도권이 아닌 개인 간 거래를 통하자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암호화폐는) 꼭 제도권 안에서가 아니더라도 실명으로 거래하고 하나의 상품으로 거래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투기적인 도박 수요 때문에 강원랜드에서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한 것과 비슷하다. 부작용도 있겠지만 해외에 몰래 가서 국내 자금을 유출하는 것을 막는 방법이다. 어떻게 막든 5000만 국민 가운데 투기적 수요는 있다. 금융 당국의 적절한 규제를 통해 그 수요를 건전하게 돌리는 게 중요하다.”

1985년 공채로 입사해 CEO 자리에 올랐다. 한 회사에서 일하며 대표까지 올랐다. 다른 증권사 CEO에서 보기 힘든 이력이다.
“80년대 입사했을 때 5대 증권사가 있었다. 대우·동서·쌍용·럭키(LG) 그리고 대신. 대신증권이 당시 2위였다. 현재 제대로 남아있는 회사가 대신증권밖에 없다. 다른 곳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망하거나 주인이 바뀌었다.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6년이 넘어간다. 그동안 시장이 어려웠다. 지점도 축소했고 브로커리지(주식 위탁 매매) 위주에서 자산 관리(WM) 중심으로 바꿨다. 초기에 적응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직원들도 교육이 많이 됐다. 지난해부터 시장이 좋다. 올해도 좋을 거로 예상한다.”

지난해 본사를 서울 여의도에서 명동으로 이전했다. 명동 사옥 1년째를 맞았다.
“명동으로 (본사를) 옮긴 건 큰 결심이었다. 원래 이쪽이 본사였다. 여의도로 옮겼다가 30년 만에 되돌아왔다. (명동으로 이전하면서) 계열사들과 한 건물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협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계열사 협업 상품 판매 목표 50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협업 관련 상품 판매 목표를 1조원으로 잡았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1960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첫 직장 생활을 대신증권에서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대신증권 한 곳에서만 일해왔다. 85년 대신증권에 공채 12기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대신증권 양재동지점장, 강남지점장, 강서지역본부장, 강남지역본부장 거쳤다. ‘영업맨’으로 경력을 쌓았다. 기획본부장, 기업금융사업단장 부사장을 거쳐 2012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고 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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