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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 장애자|"성기능 장애"속단은 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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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교통사고·산업재해등 뜻밖의 각종 사고로 척수손상을 입어 성기능장애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척수손상에 따른 성기능 장애는 환자자신에게 큰 고통을 줄뿐만 아니라 장애자가 30∼40대의 젊은 가장일 경우엔 가족 및 친지들의 삶에까지 자칫 어두운 그림자틀 드리울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성이 아직까지 터부시되고 있는데다 「척수장애=성기능장애」라는 등식이 많은 사람들의 의식속에 자리잡고 있어 척수장애자의 성기능 재활이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연세대의대 오병훈교수(정신과·성기능장애클리닉)는 26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제2회 특수진료소 학술강연회」에서 「척수장애자의 성적재활」을 발표,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중심으로 국내 척수장애자의 성기능재활문제를 짚어본다.
미국의 경우 전체 성인인구중 신체장애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10%에 달하며 신체이상에 의한 기질성 성기능장애자는 척수손상에 따른 성장애자의 약8%를 점하고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학계는 미국의 실태를 원용, 우리나라의 성기능장애자는 현재 약60만명이며 이중 척수손상에 따른 성장애자는 약2만4천명에 달할 것으로 각각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추락사고·광산사고등 각종 산업재해와 함께 척수장애요인의 약80∼90%를 차지하고 있는 교통사고 (86년경우 19만여명 부상, 6천여명 사망)가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어 척수장애자수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척수장애자의 약80%는 성적 욕구를 어떤 형태로든 느끼는 것으로 오교수팀이 지난해 한국척수장애복지회 소속 척수장애자 2백명을 대상(응답69명)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밝혀졌다.
오교수는 이처럼 척수장애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이들의 성적욕구가 강한데도 불구, 성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과 무지로 국내에는 성기능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특수치료기관만 몇몇 있을뿐 장애자의 성문제를 전문취급하는 진료소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같은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신체적 결합만이 성관계가 아니라는등의 성에 대한 포괄적 이해▲척수손상인의 사회경험습득을 위한 적극적 노력▲각자에게 알맞는 새로운 성생활의 개발▲카운슬링을 통한 교육강화가 요청된다고 오교수는 강조했다.
특히 「척수를 일단 다치면 성기능은 끝장이다」는 식의 속단은 금물이라는 것.
척수손상의 부위에 따라 발기회복률이 약40∼85%로 큰 차이를 보이며 발기회복시기도 6개월∼1년6개월로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한편 연세대의대 최형기교수(영동세브란스 비뇨기과장)는 『척수손상환자의 성기능재활을 위한 치료요법으로 약물요법·수술요법등이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중 수술요법은 최근 각광받고있는 「음경보형물삽입수술」로 배뇨계통 이상자에게 적용, 98%정도의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으며 약물요법으로는 파파베린이라는 약물을 필요할 때만 국소주사하는 방법이 있으나 이는 부작용이 다소 우려된다는 것.
최교수는 장애자 성재활은 소-대변관리·욕창관리·동통관리와 함께 중요한 요소로 인식, 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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