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 첫발 딛는 탤런트 김희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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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TV탤런트 김희애양(23)이 연극무대에 선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크리스티」의 원작을 극화한 『열개의 인디언인형』(연출황은진. 6월1∼8일 호암아트홀)에 출연, 연극에 첫 발을 들여놓게 됐다.
연극 『열개의 인디언인형』은 어느날 외딴섬에 초대된 남녀 10명이 하나씩 차례로 죽어가는 공포와 전율의 추리극. 단순히 살인사건이라는 엽기적인 얘기를 늘어놓는것이 아니라 추리소설 특유의 복선을 통해 인간의 양심과 죄의식을 교묘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처음무대에 서게 돼 떨려요. 그러나 저는 무슨 일이든지 일단 닥치면 마술에 걸린 듯이 대담해지는 성격이예요. 애써 왼 대사만 까먹지 않는다면 잘 해낼수 있지 않겠어요?.』
초롱초롱하다고 할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또박또박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당차다는 느낌을 준다. 그녀가 맡은 배역은 10명의 희생자중 한 사람인 여비서 「베라크레이슨」역.
신구·이주실·주현씨등 쟁쟁한 선배연기자들과 함께 5욀초부터 매일 2시간여씩 연습을 해온 탓인지 약간 피곤한 기색도 엿보인다.
『제가 맡은 인물은…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지적이고 냉담한 성격이라고나 할까요. 남들이 하나둘씩 죽어갈 때 공포에 시달리다가 끝내 목이 졸려 쓰러지게 돼요.』
그녀는 약간 오싹해진듯이 얼굴을 잠간 찡그린다. 지난 85년 K-1 TV의 일일극 『여심』의 주인공으로 발탁돼 신데렐라로 떠오른 그녀는 현재 중앙대 연극영화과 4학년.
졸업작품과 논문작성에 바쁠 때다. 그녀는 또 FM심야프로인 『김희애의 인기가요』도 맡고 있다. 대학생활을 연기활동에 빼앗겨온 탓인지 『연극이 끝나면 드라마출연은 삼가겠어요. 이제 3개월밖에 안남은 대학생활을 저혼자서 즐겨보고 싶어요』라며 그녀는 짧게 말을 끊었다.

<박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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