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노려 변신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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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총선 이후 1개월 동안 여소야대의 실세를 실감하기 시작한 야권 3당은 정권에 한 걸음 다가갔다는 느낌 속에서 자기 체질을 바꾸려는 변신의 몸부림을 보이고 있다.
정치 상황이 달라져 그들 스스로가 변화된 정치 환경에 적응 안할래야 안 할 수 없게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권위주의 체제의 하수인으로 시종 했던 과거엔 소수야당은 그에 맞서 강성 투쟁의 도리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야권도 국정에 대한 반분의 책임을 공유해 체질개선 없이는 차기 집권경쟁에 뛰어들 수 없게 되어있다.
정통야당의·맥을 이어온 평민·민주당이 이점을 가장 예민하게 인식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과격하고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김대중 평민당총재의 변신 노력은 인상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화당은 특이한 야당이다.
시시비비노선을 분명히 하고있는 공화당은 집권경험을 자생의 출발점으로 삼아 뭔가 종래와는 다른 야당상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총체적으로 보면 야권3당은 차기 대권을 목표로 시대성에 맞게 자기체질의 혁신,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책으로 승부를 건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체제를 정비 중에 있다.
아직 그 변신의 노력이 형상화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어서 평가받기도, 하기도 이른 감이 있지만 각 당은 미묘한 색깔 차이를 드러내면서 그들의 목표를 향해 조금씩 다른 나름의 전략과 접근 방식을 보이고 있다.
야권3당은 기본적으로 모두차기 대권을 향해 뛰는 경쟁 관계에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당분간 협력과 공조체제 강화를 통해 지지 기반을 넓히려는 동상이몽을 갖고 있다는데 묘미 가 있다.
거대 야권이 탄생했지만 그들 각자의 기반은 지역적으로나 계층적으로 모두 한정적이라는 공통의 약점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을 치르고 5공화국의 유산을 청산하는 길지 않은 기간동안은 협력 속에서 색깔 차이를 보인다는 미묘한 전략을 3당인 다같이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총선 에서 대승한 평민당이 서둘러 체제 정비를 끝내고 변신의 보폭을 속보로 내디딘데 반해 총선 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완보로 내부체제를 정돈중이며 기대이상의 선전을 한 공화당은 야당으로서의 독자적 위치를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미묘한 변화는 지난 선거 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념적 분화의 모습이다.
스스로 「기층민중」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평민당은 취약점인 중산층을 겨냥해 유연한 몸짓을 보이려는「미소전술」로 나오고 있다. 평민당과 김대중 총재는 다소 서두른다는 인상을, 줄만큼 온건한 목소리를 내기에 부심하고 있다.
김 총재는 행동 반경도 넓혀 고아원을 방문하기도 하고 태릉 올림픽선수촌도 방문할 계획을 세우는 등 다양한 관심을 보이고있다.
김 총재를 최근 만나본 한 주한외교사절이 『김 총재는 차기 집권에 자신감을 보이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주더라』고 평했던 하나의 배경으로 이해됨직하다.
그러면서도 다른 쪽으로는 「진보적 성향」을 의도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양면전략을 구사한다.
올림픽의 「사실상 남북 공동개최를 위한 남북한정당연석회담 발설이나 양심수 석방을 위한 특별법 제정 같은 제의가 단적으로 재야·운동권을 겨냥한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경제 및 사회정책에 관한 입장 표명이 아직 많지 않아 다소 성급한 예단일지는 모르지만 위와 같은 측면에서 보면 평민당은 서구의 사회주의 중도좌파노선(정대철 정책위의장), 또는 미 민주당 진보파 노선(김대중 총재)을 지향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반해 지역적 및 계층적으로 비교적 넓고 고른 지지를 받은 민주당과 김영삼 총재는 주 기반인 중산층을 핵으로 해서 저변층과 재야·운동권을 포용해 나간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정통야당의 보수 본류를 기본으로 해 진보성을 가미하는 색깔로 변신의 기조를 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영삼 총재 가 3김 회담에서 올림픽 의 북한 참가방안을 강구하되 이미 물 건너간 공동개최의 재론에 반대한다든지, 나아가 남북한 정당 연석회담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은 데서 이런 성향은 두드러진다.
민주당이 양심수 석방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헌이라고 반대하는 입장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노선 때문에 민주당의 변화는 걸음이 느리고 분명히 부각되는 점도 별로 없다.
그러나 민주당과 김 총재는 뭔가 다른 면모를 보이지 않는 한 이념·지지계층의 분화나 지역기반의 분화추세속에 자기 기반을 타당에 뺏긴다는 위기 의식을 절감하고 있어 서두른다는 감을 주지 않을 뿐 체질개선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평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졌던 정책정당으로의 탈바꿈에 민주당은 탈출구를 찾으려는 몸부림인데 과연 의도 한만큼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평민·민주당과는 사뭇 다른 입지의 공화당은 우파적 보수성향의 성격을 잃지 않고 있다.
공화당은 집권 경험을 갖고도 야권에 선 위치를 최대한 살려 4당 체제의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기회를 엿본다는 기본 구도인 것 같다.
그래서 공화당은 지난 대통령선거 결과에 화환으로 승복해 선거 후유증을 극소화하는 일방 총선 이후엔 3김 회담을 주선해 야권결속을 다지는 2중 역할을 스스럼없이 해내고 있다.
야권3당은 최우선 과제를 한결같이 정책정당화에 두고있으나 아직은 뚜렷한 실적을 못 내고 있으며 여전히 인기성의 무책임한 (?) 발언과 행동을 하는 구태를 못 벗어나고 있다는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3당이 다같이 민주정당·정책정당을 표방하면서도 3김씨의 사당적 체질이라는 종래의 구태에서 헤어나기는커녕 지난 총선으로 한층 강화된 측면도 없지 않아 비판의 표적 이 되고 있다.
민주화를 앞장서 외치면서도 각 당은 3김씨의 가부장적 권위체제하에 훨씬 더 깊숙이 떨어지고 있다는 역설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야권3당의 진정한 변신의 모습이 가시화 될 것이다.<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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