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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올림픽 불참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한은 결국 서울올림픽 불참을 확정한 것 같다. 모두가 예상했던 일이기 때문에 새삼스럽거나 놀라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불참을 확언한 김일성 발연을 전해 듣고 유감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북한의 참가가능성을 회의하면서도 남북관계의 개선을 염원한 나머지 일말의 기대를 걸어왔다.
서울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한다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해빙시켜 통일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내외에서 서울올림픽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해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평양측은 처음부터 우리의 올림픽유치를 방해했다. 서울올림픽이 결정되자 이를 비방하고 끊임없이 방해공작을 펴온 것도 그들이다. 끝내는 대한항공기를 폭파하는 민족자해의 테러까지 감행했다.
북한이 불참이유로 내건 명분은「두개의 한국」을 인정하여 분단을 영구화시킨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평양당국이 우리와의 협력을 거부할 때 항상 써온 단골 메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논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올림픽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대립하고 싸우는 집단이나 국가간의 화합과 우애를 위해 인류가 마련하고 이어온 국제제전이다. 그것은 실제로 그 목적에 이바지하는 성과를 거두어 왔다.
어느 나라가 올림픽을 개최한다해도 그것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주관행사를 대행하는 것이다. 국제기구인 IOC는 그런 큰 행사를 주최할 형편이 못될 뿐 아니라 올림픽의 목적을 위해서도 각 나라가 돌아가면서 주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북한이 IOC의 서울 올림픽에 참가한다고 해서 이미 있어온 분단이 영구화 될 리가 추호도 없다.
올림픽 불참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불참한 미국 진영과 84년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에 불참한 소련진영의 그후의 태도에서도 명백히 드러났다. 서울올림픽에 그 두 진영이 모두 참가키로 하여 사상 최대 규모가 되는 것도 그런 후회와 반성의 결과다.
북한참가에 대한 한 가닥 기대 마저 단념할 수밖에 없는 지금 우리가 북한에 바라는 것은 올림픽의 안전을 위협하지 말라는 것이다.
KAL기폭 파가 김신희의 검거로 백일하에 드러난 지금도 북한은 적군파테러범을 보내 방해공작을 계속하고 있다.
그로 인한 불안감을 일본 매스컴들이 과장보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평양의 음모에 동조하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평양은 그런 무법자적 만행이 세계인류를 불안케 할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인격을 격하시키고 자긍심을 파괴하는데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일성이 진정 「민족의 지도자」로 자처하려 한다면 그런 심사원 노의 성숙된 자세를 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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