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극 『열개의 인디언인형』무대에-6월 1∼8일 암호아트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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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법률적 무죄의 허구성을 강력히 고발하고 「양심앞의 유죄」를 선언한「애거사·크리스티」의 본격추리극 『열개의 인디언 인형』이 6월1∼8일오후4시·7시30분 호암아트홀 무대에 올려진다.
「추리물의 여왕」으로 일컬어지는 「애거사·크리스티」가 39년 소설로 발표한 이 작품은 50년대초 작가 자신에 의해 희곡으로 다시 씌어졌는데 국내에서만도 60년대초 실험극장의 초연 이후 다섯번째 무대에 오르는 인기극이다.
정기 연락선마저 없는 외딴 인디언섬에 미지의 인물로부터 초대받은 열명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극은 시작된다.
기대와 흥분속에 밤이 깊어져 가는데 난데없는 목소리가 이들의 잊혀진 「양심의 죄」를 들춰낸다.
병석에 누운 주인을 죽도록 버려둔 하인부부, 자동차 돌발사고로 어린남매를 치어 죽인 젊은이, 개인적인 적의로 사형을 유도한 재판관,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부관을 죽음의 전쟁터로 보낸 장군, 출세를 위해 조서를 꾸며댄 경찰관, 정글속에서 길잃은 원주민들을 그대로 버려두고 혼자서 도망친 군인, 취중 수술집도로 환자를 죽게한 의사, 바람기있는 하녀를 내쫓아 죽게한 여주인, 애인의 계획된 살인을 방조한 가정교사. 이들은 결국 『열개의 작은 인디언』동요에 따라 차례로 죽음을 당한다.
외딴섬이라는 상황과 노출된 10명의 용의자, 예고된 죽음이라는 극적 구성이 긴박감을 고조시켜 영국 애거사크리스티 팬클럽으로부터 당대 최고작으로 평가받고 미국에서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로 소개돼 대단한 호평을 받기도한 작품이다.
전3막5장으로 공연시간 2시간30분의 긴 작품이나 장면의 빠른 전환을 유도, 1시간40분물로 축소한 것이 이번 공연의 특징.
실험극장의 초연당시 연출을 맡았던 황은진씨가 20여년의 연출력을 더해 원숙한 경지를 보여준다.
중후한 연기의 신구씨가 「로렌스·워그레이브」대법원판사로 분해 2년만에 연극무대를 다시 찾고 있으며 88백상연기대상의 이주실(「에밀리·브랜트」역), 동아연극상의 이승철(「필립·롬버드」역)씨가 연기력 대결을 벌인다. 특히 이승철씨는 『열개의…』와 인연이 깊어 이번이 세번째 무대이기도하다.
참신한 샛별로 브라운관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김희애양이 처음으로 연극무대로 진출, 의욕을 불태우며 주현·이신재·심우장·윤순홍·안인상씨등 호화캐스트가 열연, 성급히 찾아온 초여름의 더위를 식혀준다.

<홍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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