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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준비는 끝났는데 … 경제성·민심에 가로막힌 ‘트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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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충북 오송의 철도기술연구원 에서 시범 운행중인 트램. 대전시 등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대전시]

충북 오송의 철도기술연구원 에서 시범 운행중인 트램. 대전시 등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대전시]

한국에 생소한 교통수단인 노면전차(트램) 를 운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최근 완비됐다. 하지만 트램 운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트램의 경제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가 하면 차선 하나를 별도로 차지해 교통 혼잡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곳도 있다. 대전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나서는 시장 후보들이 모두 트램 추진에 부정적이다.

지자체 ‘노면전차’ 건설 난항 왜 #위례신도시·수원시 경제성 저평가 #“의정부 경전철 파산사례 재현 우려” #서울 양천 구민들 “혼잡 초래” 반대 #대전은 시장 후보들 추진에 부정적

6일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트램 운행 근거를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도시철도법·철도안전법을 포함해 트램 운행에 필요한 3가지 법안이 모두 마련됐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는 노면전차와 노면전차 전용로의 정의를 명시하고, 통행방법과 운전자의 준수사항 등을 담았다. 도시철도법은 2016년 12월, 철도안전법은 2017년 1월에 각각 개정됐다.

트램은 공사비가 지하철의 6분의 1 수준이고 공사 기간이 짧은 데다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이유로 여러 지자체가 도입을 추진해 왔다. 서울 위례신도시, 인천시, 경기도 성남·수원·화성·안성·시흥·안산시, 대전시, 부산시 등이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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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로는 건설비가 예상보다 많이 들어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존 도로 교통시스템 변경 등에 따른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기존 도로 잠식에 따른 교통 혼잡도 우려된다. 한밭대 도시공학과 김명수 교수는 “지자체가 내세우는 건설 비용에는 언덕길 등 도로 여건 변화에 따른 추가 건설비가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면밀한 수요 예측이나 재원 마련 방안을 갖고 트램을 추진하지 않으면 운행 4년여 만에 3676억원 적자가 누적되며 파산 선고를 받은 의정부 경전철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했다.

트램 추진 지자체 현황

트램 추진 지자체 현황

대전은 시장 출마 예상자들이 트램을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이상민(유성을) 의원은 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시민이 반대한다면 굳이 트램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인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은 “정부의 타당성 재조사 결과를 보고 방침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트램은 대전처럼 대도시의 주요 교통수단으로는 부적합하다”고 했고, 자유한국당 박성효 전 대전시장은 “지하철인 도시 철도 1호선과 트램은 운행체계도 맞지 않아 문제가 많다”고 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위례신도시에서 신교통 수단으로 추진한 트램은 경제성 분석에서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1 이하로 낮게 나올 개연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가 발생한 건설비와 베드타운인 지역 특성상 이용객이 많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높은 B/C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B/C 분석 결과가 낮게 나오면 위례신도시 트램 사업 추진은 불투명해진다. 위례신도시 마천역~복정역 5.11㎞ 구간을 잇는 트램 사업은 국토부가 2008년 3월 확정했다. 건설비 1800억원 중 토지주택공사(LH)가 1080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720억원은 민간 사업자가 맡아 2021년 완공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서울 양천구에서는 트램 반대운동이 일고 있다. 지역 부동산업계와 주민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에는 지난 1월부터 ‘트램은 안 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주민들은 “트램이 건설되면 지금보다 더 교통지옥이 된다”, "(트램이 아닌) 지하철 유치에 힘써주시기 바란다” 라고 했다.

경기도 수원시도 트램을 놓기로 했으나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부족 판정을 받았다. 수원시는 수원역에서 장안구청(6.1㎞)까지의 도시철도1호선 구간에 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트램 관련 법이 완비된 만큼 민간 투자 등으로 사업 방법을 바꿔 다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파주·안성시, 경남 창원시 등은 운영비 부담과 노선 중복 등을 이유로 트램사업을 보류하거나 중단했다.

김방현·최모란·임명수·김민상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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