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그린벨트 증축30평·신축10평까지 가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작년 가을 이후 대통령선거·국회의원선거를 치르면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처럼 도마위에 올라 홍역을 겪은 것도 없는것 같다.
해제·완화설이 꼬리를 물고 그 가운데 부동산가격이 덩달아 춤을 추었다.
이번뿐 아니라 역대 선거때마다 행정공백기에 무허가건축물이 늘듯 각종 공약남발속에 그린벨트도 해제설이 고개를 들었던게 사실이다.
개발제한구역내에 사는 주민들이 내집을 제대로 못짓는등 재산권행사에 심한 제약을 받을뿐 아니라 값이 오르지 않아 엄청난 불편과 손해를 입고 있으니 선거때마다 쟁점이 되는것은 당연한일인지 모른다. 당초 그린벨트를 지정하면서 현지 실정을 감안하지 않고 지도위에선을 긋는 식으로 구역을 정해 피해가 더욱 커진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주민들의 불편과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향방은 그린벨트를 지켜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 도시의 푸른숲은 무엇과도 맞바꿀수 없고 이를 위해선 다소의 희생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도 최근 「그린벨트 해제는 절대 있을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규제완화 논의에 쐐기를 박고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일부에서는 여전히 『해제는 안되지만 국민체육이나 복지를 위해 자연경관을 살린채 「활용」하는 길은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불씨가 완전히 꺼진것은 아니다.
차제에 그린벨트의 현황·규제내용·문제점등을 알아본다.

<현황>
그린벨트는 글자그대로 도시주변에 10∼15km범위의 숲띠를 두른다는 뜻이다.
지난71년 서울등 수도권지역에 처음 지정한후 77년까지 부산·대구·광주등 전국 도시주변(28시39군23구)에 16억3천3백만평(5천3백97.1평방km)이 그린벨트로 지정됐다. 전국토의 5.5%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그린벨트안에 살고있는 주민은 작년말 현재 주택 19만5천7백여채에 1백16만5천명에 달한다. 그린벨트안에는 농사를 짓는 주민이 많아 축사 7만여채, 부락공동시설 3천3백34개소, 그리고 학교등 공공기관 2천1백개, 공장2천6백57개가 있다. 이들 건축물들은 그린벨트 지정이후생긴 일부 공공시설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존건축물들이 그린벨트지정과 함께 묶인것 들이다.

<행위규제>
그린벨트안에서는 도시계획법에따라 건축물의 건축·공작물설치·토지 형질변경·토지면적의 분할 또는 도시계획사업의 시행등을 할수없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또 새로운 행위를 추가로 허용하려면 도시계획법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되는데 이는 국무회의심의와 관계부처협의를 거쳐야만 가능하도록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그린벨트에서 할 수 있는 행위는 크게 허가없이 할수있는 행위와 허가를 받아야 가능한 것으로 구분된다.
예컨대 주민들의 생업인 농사를 짓는 일과 가축사육을 허가없이 할수있으나 주택의 증·개축은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하도록 되어있다.
그린벨트내에서 할수있는 행위는 지정당시 27종에서 현재는 2백81종으로 크게 늘어났다. 71년 처음 지정할때는 주택의 경우 기존주택의 개축과 10평이하의 증축만 가능하던것이 지금은 30평까지증축(지하층 30평별도)과 창고등 10평이하의 부속건물까지 건축할수있게 돼있다.
새마을회관·공동구판장·어린이놀이터등 부락공동시설도 처음에는 아예 허용않던 것이 새로이 설치가 가능해졌다. 또 80년이후에는 종업원 50명이상규모 공장의 부대시설, 대학시설증설, 승마경기강·공원묘지등 대규모시설도 할수있도록 규세를 대폭 완화했다.

<문제점>
그린벨트에 관한 건설부의 방침은 지정구역의 해제는 과거나 앞으로도 전혀 있을 수 없으며 다만 행위규제는 주민들의 생활편의나 재산권보호측면에서 미비점을 보완해나간다는 것이다.
그린벨트내에서 할수 있는 행위가 지정당시 27증에서 2백81종으로 늘어난 것도 이때문이다. 그린벨트에 대한 단속이 허술해진 것은 아니다.
정부는 그린벨트내 불법건축물을 단속하기위해 시·군에서 매월1회, 도에서 분기마다 특별단속반을 편성해 점검하고 해마다 한번씌 항공사진을 찍어 건축현황을 파악하도록 하고있다.
그러면서도 주민불편해소나 그린벨트의 이용등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워 각종시설의 허가를 해줌으로써 그동안 그린벨트가 상당히 잠식되어 온것도 부인할수 없다.
문제는 민간에 대한 규제는 엄격히 하면서 정부가 공공시설등의 명분으로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과천의 서울대공원·승마경기장을 비롯해 태릉선수촌·한국체육대학, 우면동의 교육개발원등이 모두 그린벨트지정이후 허가된 대규모 공공시설물이다.
서울의 경우에만도 81년이후 공공시설물 설치가 허가된것은 41건에 7만6천1백평에 이르고 있다.
수도권 인구분산을 내세워 정부기관의 지방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그린벨트까지 훼손해 가면서 체육대학·교육개발원등의 시설까지 꼭 수도권에 세워야 하는지 점검해볼 일이다.
그린벨트제도는 영국과 일본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58년 도시주변지역에 그린벨트를 고시했다가 불과 7년만에 이를 해제, 지금도 국토관리정책의 뼈아픈 실책을 꼽히고 있다.
그린벨트를 「활용」하자는 논의는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엄격한 규제아래서도 예외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신중을 기해야할 문제다.

<장성효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