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빅터 차 대신 샤프, 주한 미 사령관엔 맥매스터 물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을 할 때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른쪽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백악관 상임고문.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을 할 때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른쪽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백악관 상임고문. [사진공동취재단]

요즘 군 당국과 외교가에선 “‘주한미군사령관 전성시대’가 곧 열리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나돈다. 현 사령관인 빈센트 브룩스 육군 대장이 영전한 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후임 사령관으로 오고, 또 공석인 주한 미국 대사엔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임명된다는 게 소문의 골자다.

이런 소문의 불을 당긴 건 미국 백악관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맥매스터 보좌관을 조만간 경질한 것이란 뉴스를 CNNㆍNBC 등 미국 언론이 잇따라 보도하면서다. 백악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마이클 앤턴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의 입을 빌어 “(경질설은) 가짜 뉴스”라며 “맥매스터 보좌관은 일을 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스티븐 비건 포드자동차 국제담당 부회장과 존 볼튼 전 UN 대사 등 맥매스터 후임자의 하마평이 벌써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역 육군 중장인 맥매스터는 지난해 2월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으로 사임한 마이클 플린에 이어 국가안보보좌관에 올랐다. 하지만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빚고 있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온 상태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백악관이 그를 내보내는 대신 계급을 대장으로 진급시켜준 뒤 ‘괜찮은 자리’에 앉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괜찮은 자리 중 하나가 주한미군사령관이다.

지난달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왼쪽부터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이진성 헌재소장,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앉아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왼쪽부터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이진성 헌재소장,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앉아있다. [연합뉴스]

주한미군사령관은 태평양사령관 예하 부대의 장으로 한반도 전구(戰區)를 책임진다. “세 개의 모자를 갖고 다닌다”는 설명이 붙을 정도로 중책으로 꼽힌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사시 본토와 해외 미군기지에 온 증원병력도 지휘한다. 한ㆍ미연합사령관이란 ‘모자’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전시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가진다.

때에 따라 유엔군사령관의 ‘모자’를 쓴다. 정전협정을 준수하고 유지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유사시 미국 이외 국가가 파병하는 전력을 유엔군으로 받는다. 일이 많고 중요하다 보니 주일미군(5만명)과 비교하면 주한미군(2만8000명)의 수가 적지만 오히려 주한미군사령관(육군 대장)이 주일미군사령관(공군 중장)보다 격이 높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정무적 역할도 맡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ㆍ미 동맹이 안보동맹 성격의 강하다 보니 주한미군사령관은 안보외교 외교관 역할도 한다. 그래서 뛰어난 정무감각이 있어야 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성출 전 한ㆍ미연합부사령관(예비역 육군 대장)은 “주한미군사령관은 업무에 따라 한국 국방부 장관은 물론 대통령과 외교안보수석(안보실장)과 자주 협의한다”고 말했다.

2011년 7월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월터샤프 연합사령관 환송 의장행사. [중앙일보]

2011년 7월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월터샤프 연합사령관 환송 의장행사. [중앙일보]

빈센트 브룩스 현 주한미군사령관은 2016년 4월 부임했다. 역대 주한미군사령관의 임기는 2~3년이었다. 2년 후 이임해서 다른 자리로 가거나, 3년을 다 채우면 전역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부임 2년이 되는 4월이 다가오면서 브룩스 사령관이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 정부의 인사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그가 이임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브룩스 사령관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도입 과정과 관련, 한국 측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갖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군 소식통은 “브룩스 사령관은 미군 안에서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한국을 떠나면 영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또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낙마한 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차기 주한 미국 대사 후보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샤프 전 사령관은 지난해 빅터 차와 함께 주한 미국 대사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트럼트 대선 캠프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샤프 전 사령관과 함께 연합사에서 근무했던 이성출 전 연합사부사령관은 ”키가 작고 말수가 적지만 합리적인 스타일”이라며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으며 미 국방부에서 오래 근무해 정무감각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현재 현역ㆍ예비역 주한미군과 군무원 등으로 이뤄진 주한미군전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