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행복한 말년 보내기 위한 첫 걸음 … 노후자금 쓰기 ‘4% 룰’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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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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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생활 초기의 자산 상태가 죽을 때까지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한다. 그 시기에 인출이 많고 자산 수익률이 저조하면 자산의 고갈시점이 앞당겨져 노후의 상당기간을 가난하게 살아야 해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은퇴생활을 시작한 많은 사람을 좌절에 빠뜨렸다.

노후 자금의 운용은 현역 때의 자산 축적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나왔다.

20여 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재무관리사로 일하던 윌리엄 벤젠은 금융시장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한 끝에 ‘4% 룰’을 내놓았다.

4% 룰은 퇴직 첫해 노후 자산의 4%를 인출액으로 삼고 이듬해부터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빼다 쓰는 방법으로, 이렇게 하면 노후 자산을 30년 이상 유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후 4% 룰은 큰 관심을 끌었고, 지금까지 널리 활용되는 노후 자산 관리 법칙이 됐다.

벤젠은 4% 룰을 고안할 때 미국 주식과 국채에 절반씩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인출률을 분석했다. 1926년부터 연도별로 인출을 시작할 때 노후 자산이 소진되기까지 기간이 분석 대상이었다. 그랬더니 최악의 경우 33년 만에 노후 자산이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대부분은 노후 자산 소진 시점이 50년을 넘겼다. 반면 주식에 전혀 투자하지 않았다면 노후 자산의 소진 시점이 30년 이내로 단축됐다. 노후자산 운용엔 반드시 주식투자를 포함해야 함을 보여준다. 4% 룰은 20여년 간 활용되면서 도중에 여러 도전을 받았다. 예를 들어 투자시장의 좋은 시절에는 인출률이 낮다고, 그 반대일 때에는 너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4% 룰을 고안은 한 벤젠도 나중에 주식과 채권 이외에 부동산이나 원자제 등에도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활용하면 인출률을 4%보다 더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4%라는 일정률 대신 개인별로 3~5.5% 사이에서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럼에도 4% 룰은 여전히 효과적인 방법으로 칭송받는다. 4%를 처음 인출률로 삼아도 그리 나쁜 결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시장이 좋을 때엔 5%로 높일 수 있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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