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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받은 논문 5편 중 1편은 피인용 0 … 횟수 늘리려 ‘셀프 피인용’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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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호 10면

[이슈추적] 정부 R&D 지원금 19조 시대 명암

경기도 시흥시 한국산업기술대 안에 있는 ㈜티앤알 바이오팹은 중소기업청에서 1억3000만원을 지원 받아 창업했다. 3D프린터로 두개골이나 안면부위 골절환자의 맞춤형 뼈 등을 재건해 대형 병원에 공급한다. 투자금 160억원도 유치했다. 김경빈 기자

경기도 시흥시 한국산업기술대 안에 있는 ㈜티앤알 바이오팹은 중소기업청에서 1억3000만원을 지원 받아 창업했다. 3D프린터로 두개골이나 안면부위 골절환자의 맞춤형 뼈 등을 재건해 대형 병원에 공급한다. 투자금 160억원도 유치했다. 김경빈 기자

2016년 한국 교수와 연구자 등이 국제학술지(SCI급)에 출판한 논문수는 6만4068편. 세계 12위다. 한국이 국내총생산(GDP)으로 따진 경제규모 순위(11위)와 비슷하다. 이 가운데 정부가 연구개발(R&D)비를 지원해 나온 국제학술지 논문은 전체 논문의 58%(3만 6968편)다. 나머지 논문은 기업 부설 연구소의 자체 연구비로 나온 것이다. 정부 부처가 지원하는 연구비가 논문 생산에 기여하는 몫이 크다.

KISTEP, 성적표 분석해 보니 #전체 논문 58% 정부서 연구비 지원 #미·일·유럽 특허등록 전체 1% 불과 #정부 성과, 논문보다 특허로 평가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출판된 정부 R&D연구 논문의 피인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가 후속 연구에서 단 한 번도 인용되지 않았다. 피인용이 많이 된 논문은 영향력 있는 논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윤종 KISTEP 평가분석본부 센터장은 “논문이 한 편 발표되면 4~5년 안에 인용이 집중적으로 됐다가 사라지는 순환 주기를 밟는다”고 설명했다.

 S대 연구 사업단이 2014년 발표한 의약학 분야 국제학술지 논문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인용되지 않았다. 이 논문엔 교육부의 연구지원 사업(BK21플러스)으로 한 해 11억원씩 지원됐다. 해당 사업단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으로 여러 편의 국제학술지 논문이 나왔고, 그 가운데 피인용이 없는 논문도 있는 것이어서 연구비 낭비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2014년 발표된 Y대 연구 사업단의 국제학술지 논문의 피인용 횟수는 1회. 하지만 피인용 1회 역시 2014년 논문의 공저자로 포함된 연구자가 2016년 인용한 것이다. 같은 저자가 자신의 논문을 인용한 ‘자기 피인용(self citation)’이다. 자기 피인용은 교육부 연구지원을 받는 K대 연구 사업단의 의학 국제학술지 논문에서도 나타난다. 이 논문의 제1저자가 2016년 논문에서 앞선 2014년의 논문을 인용했다. 이러한 자기 피인용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수도권 O대의 한 교수는 “학술지 피인용이 중요하다보니 교수가 후배 연구자에게 피인용을 요청하고, 후배 연구자는 상부상조 차원에서 협력하는 경우가 자주 벌어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연구비 지원 성과를 평가할 때 성과 지표에 학술지 논문을 포함시키면서 이런 부작용이 계속되고 있다. 한민구 서울대 공과대 명예교수는 “정부 R&D 성과 평가를 논문 편수나 피인용으로 하다보면 하나의 논문을 쪼개 여러 편을 만들거나 자기 인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니면 하나의 논문을 여러 개로 쪼갰는지 알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 등의 과학기술분야 성과 평가에서 단순 논문수 계산은 2015년부터 공학분야에선 폐지됐다. 하지만 논문이 실린 학술지의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를 따져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은 유지되고 있다. 정부 지원금을 받은 연구자가 국제학술지(SCI급)에 논문을 내면 이 논문이 속한 학술지의 영향력 지수를 따지고, 학술지가 속한 학문 분야의 평균 인용지수를 반영하는 식이다. 논문 한 편이라도 어디에 실렸는지에 따라 반영되는 점수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제창 서일대 총장은 “국제학술지에 낸 단순 편수 같은 평가 지표는 2015년부터 공학 분야부터 점차 사라지고 있으나 학술지의 영향력 지수를 반영한 평가 역시 논문을 기반으로 한 것이어서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 교수나 연구자가 정부 지원금을 받아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내면 그 논문의 저작권은 정부나 연구자 개인에 있지 않고 학술지 출판사에 있다. 이러한 정부 지원 연구에서 나온 논문 내용은 일반 연구자가 찾아보려 초록 외엔 전체 내용을 볼 수 없다. 저작권이 정부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학술지에 실린 연구 결과는 연구자가 별도로 특허 등록을 하지 않는 이상 보호받지 못한다. 윤원수 한국산업기술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정부 지원금 덕택으로 연구성과를 논문으로 냈다가 특허로 보호받지 못해 여러차례 후회한 일이 있다”며 “논문부터 내지 말고 특허 신청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부 R&D 지원 성과 평가는 논문 수나 피인용, 영향력 지수 등으로 하지 말고 특허나 창업 등 경제적 가치로 대체하는 게 타당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 R&D 지원으로 나온 국내 연구자의 해외 특허(등록 기준)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7만2104건이다. 이 가운데 미국·일본·유럽 등 3개국에서 특허로 보호받고 있는 삼극 특허 비율은 1.1%(772건)에 불과하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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