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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귀한 중생의 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천 6백 12년전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났던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인간존엄의 진실을 외쳤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석가부처님 자신의 훌륭함과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기보다는 모든 중생의 존귀함과 거룩함을 온 천하에 선언한 것이었다.
실제 불교에서는 모든 중생이 부처님의 성품, 부처님의 씨앗을 지니고 있어서 부처님 자체라고 하고있다.
그러니 불성이니 여내장이니 하는 성품을 지닌 중생의 존귀함은 더 말할게 없다.
개개의 인간이 이미 부처님으로서의 자질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나고 있으니 인간의 존엄이라든가,개인의 자유라든가, 사람사이의평등이라는 주장은 너무나 분명해진다.
모든 사람을 이미 부처님으로 모시는 마당에 누구는 높이고 누구는 짓누르며, 누구는 높고 누구는 낮아서 죽이고 매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게 된다.
부처님의 탄생은 그 점에서 인간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에 대한 철저한 거부일 뿐 아니라 유일신 체제의 존귀성 독점에 대해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선언한 것이다.
부처님의 교단이 카스트 계급제도의 굴레를 타파하고 모든 계층이 자유롭게 가입하는 평등교단으로 구성되었다든가, 수행과 깨침의 성취만이 모든 것의 궁극목적으로 삼았다는 점도 중시되어야 한다.
실로 중요한 것은 인간이 부처임을 스스로 깨달아 부처님다운 삶을 영위하는 일이다.
사람이 자기의 주인으로 살며 진리에 입각해 참되게 사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일이다.
부처님이 세상을 뗘나면서 「진리에 의지하고 너 자신에 의지하라」(법등명 자등명)고 한 당부도 결국 그 정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본래가 「부처」이며 「주인」이며 가장 존귀한 존재인 우리가 스스로 사고의 속박, 사회제도의 구속, 미망의 굴레에서 벗어나 지혜와 자비의 존재로 뚜렷이 서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외세문화사조와 산업화 사회의 물질숭배 경향이 지배하는 시대에 자기의 주인됨과 자기주체정신의 확고한 수호를 강조하는 것은 더욱 절실해진다.
독재와 부의가 지배하던 시대를 타파하고 민권과 민주와 정의가 실현되는 진정한 인간의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염원도 너무나 불교적이다.
외세와 그 문화의 질곡에서 벗어나 우리 전통문화의 가치를 되살리면 민족분단의 부조리를 깨뜨리고 민족통일을 성취하는 우리 스스로의 자각된 노력도 사실은 우리 자신의 인간존엄을 재발견하는 민주화노력의 일환이 아닐 수 없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으면서 불자이건 아니건 우리사회 모든 이들이 지혜와 자비에 충만하여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진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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