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2014년 성추행 논란 나한테까지 보고 안 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4년 서울시장 선거캠프에서 성추행 피해자가 있었다는 논란에 대해 "그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그런 것조차도 제 불찰이다"고 말했다. 이는 “성추행 사건 당시 박 시장이 ‘다음 성추행은 없도록 지시하겠다’고 (측근) 변호사를 통해 전달했다”는 피해자 주장과 배치된다.

박원순 서울시장 [중앙포토,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캡처]

박원순 서울시장 [중앙포토,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캡처]

박 시장은 2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단 피해자가 그런 주장을 하고 계시고 저희들이 파악을 해보니 실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 같아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이미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당시에 문제가 저한테까지 보고가 안 됐는지 등 모든 걸 철저히 조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달 28일 오후 페이스북에서도 "제가 당연히 알았어야 했는데 그 사실을 몰랐던 것도 불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8일 오전 피해자 A씨는 페이스북에 "(박 시장은) 선거가 끝난 뒤 다른 지역 변호사를 통해 '미안하다, 다시는 그런 일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박 시장 측) 변호사가 '선거 백서를 만들어 선거원들을 보호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백서는 4년이 지나도록 만들어지지도, 제공되지도 않았다"고 썼다. 박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지방선거 백서가 발간되지 않아 피해자의 요청을 담아내지 못한 것도 저의 책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공적기관에 엄정한 조사를 요청해 당시 상황과 왜 문제제기가 되지 않고 무마됐는지 등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시장은 6월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시장은 "3선 도전을 공식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정해졌다"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주어진 소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 경선에서 결선투표를 도입하기로 한 것에 대해 박 시장은 "당의 결정을 기본적으로 존중한다"며 "후보 간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게 아니라 시너지를 높이는 것이라면 굳이 피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결선투표에서 '반(反)박원순 연대'에 패할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선 "저는 정치공학 이런 것에 관심은 없다"며 "시민들의 삶을 잘 챙기고 시정을 잘 돌보면 모든 난관과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는 '문심(文心) 마케팅'에 대해 박 시장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굉장히 높아서 대통령과 가깝다고 하면 표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민주당 당원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시장이 돼야 성공하는 문재인 정부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설과 관련해 '2011년 안 전 대표의 양보가 있었는데 또 다시 아름다운 양보를 볼 일은 없느냐'는 질문에 "아직 있지도 않은 일을 갖고 저는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나중에 또 그런 상황이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