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첫 '미투'···이경희 "월급 얘기하니 모텔 가자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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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사진 JTBC '스포트라이트']

북한 리듬체조 선수 출신 이경희 리듬체조 국가대표팀 단체팀 코치가 체육계에서는 처음으로 성추행 피해를 폭로했다.

이 코치는 1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자신의 상사였던 대한체조협회 전 고위간부 A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JTBC '스포트라이트']

20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던 이 코치가 “솔직히 제가 생활이 어려우니 기회 되시면 월급 좀 올려주세요”라고 말할 때마다 A씨로부터 “그런 말 할 거면 모텔 가자. 쉬면서 얘기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3년 동안 성추행 수위는 더 강해졌고 이 코치는 “‘지난번보다 선생님 살이 빠졌네? 좀 쪘나?’라면서 훅 만졌다”며 손을 거부하면 “‘아이 뭘 그래. 여자들 살 딱딱한 거 있고 말랑말랑한 살이 있는데 선생님은 무슨 살이야?’라며 슬슬 만졌다”고 토로했다.

체육계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선수 선발, 코치 선발 등 대한체조협회의 모든 포괄적인 일을 도맡아 했던 인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A씨에게 꼬이면 대표 선수가 안 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진 JTBC '스포트라이트']

결국 이 코치는 이를 협회에 알렸고, 내부 조사가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A씨는 임원직을 사임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감사를 중단하고 진상발표 없이 사건을 일단락지었다.

2년 뒤, A씨는 대한체조협회의 더 높은 직위 임원 후보가 돼 이 코치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2014년 이 코치의 탄원으로 시작된 내부 감사 결과를 근거로 임원 인준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시작했다. 이 코치와 연인 사이로서 애정표현을 한 것일 뿐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코치는 “연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니라고 했는데 법정에 나가서 보니 연인이었고, 저는 꽃뱀에 부화방탕한 여자애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 코치 안 잘리기 위해서 고위간부와 연인관계였다고 나왔다”며 눈물을 흘렸다.

A씨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귀자는 말을 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됐다. 자연스럽게 스킨십도 하게 되고 성관계도 갖게 됐다”며 “여자의 프라이버시가 있기 때문에 자세하게 얘기하기는 좀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인 사이로 볼 수 있는 문자메시지 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연인 사이에 무슨 디테일한 그런 문자는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