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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100주년 평화 출발선” 1919년 임정 법통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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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은 3·1절에 분단체제의 극복과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1절 기념사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에 기반한 번영의 새로운 출발선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광복 100년으로 가는 동안 한반도 평화공동체와 경제공동체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단이 더 이상 우리의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임시정부, 헌법·국호·국기 물려줘” #2045년 광복 100돌 평화 완성 제안 #기념사서 ‘독도’ 11년 만에 언급 #야권 “건국절 갈등 다시 부채질”

문 대통령은 이날 15분가량의 연설에서 ‘북한’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 접촉 결과에 따른 ‘포스트 평창’ 구상을 밝히기보다 남북 공동체 완성이라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핵 문제 등을 계속 얘기할 기회가 있는 만큼 3·1절엔 3·1절과 직결되는 메시지에 집중하자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취지에 따라 문 대통령이 이날 부각한 연도가 1919년과 1940년, 2045년이다. 문 대통령은 3·1운동의 결과로 나온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이 대한민국 건국 시점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3·1운동으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제이며,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명백하게 새겨 넣었다”며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됐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임시정부는 우리에게 헌법 제1조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와 태극기·애국가라는 국가 상징을 물려줬다”며 “3·1운동의 정신과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대한민국 역사의 주류로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940년에는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최초의 정규 군대인 광복군을 창설했다”며 “모두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라고도 언급했다. 이는 임시정부의 광복군이 국군의 모태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재 ‘국군의 날’은 한국전쟁 당시 38선을 돌파했던 1950년 10월 1일을 기념하고 있는데 이를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변경해야 한다는 여권 내 주장에 힘을 실어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광복 100년’(2045년)이라는 연도가 연설문에 등장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연도를 연설문에 포함시킬 것을 지시했다”며 “내년 3·1운동 100주년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로 가는 출발점이라면 2045년은 평화체제의 완성 시점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궁극적 목표는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기반을 만드는 것임을 시간표로 보여 주려 했다는 의미다.

이날 3·1절 기념사에는 “독도는 우리 땅”이란 문구도 들어갔다. ‘독도’가 포함된 것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 독도가 포함되기를 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3·1절 기념식은 그간 개최됐던 세종문화회관이 아니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렸다. 청와대는 “국민과 함께 살아 있는 기억으로 3·1절을 되새기기 위해서”라며 “문 대통령은 ‘박제화된 행사는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한 뒤 검은색 한복 두루마기 차림으로 태극기를 들고 만세 행진에 참여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역사관에서 400m를 행진해 독립문에 도달한 뒤 시민들과 함께 “만세”를 세 차례 외쳤다.

◆일본 “위안부 합의에 반해” 주장=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고 말해선 안 된다”고 밝힌 데 대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양국 합의에 반하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고, 극히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스가 장관은 “곧바로 외교 루트를 통해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강하게 항의했다”고도 밝혔다. 스가 장관은 문 대통령이 독도를 언급한 데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언동”이라고 말했다.

채병건·위문희 기자, 도쿄=서승욱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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