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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로 도면 없이 부품 제작, 엔진 고장도 원격 알람'……조선소에 부는 스마트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9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120㎞ 떨어진 경남 함안 화인중공업 공장. 작업용 로봇이 H빔 형강에 붉게 달아오른 인두를 대자 '치이이잉~'하는 굉음과 함께 불꽃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 로봇은 사물인터넷(IoT)으로 전송받은 설계 정보를 스스로 이해하고, 자동으로 철제 자재를 잘라 준다.

화인중공업은 제작이 끝난 제품에 바코드를 부여해, 제품 출고 시점을 기록한다. [김도년 기자]

화인중공업은 제작이 끝난 제품에 바코드를 부여해, 제품 출고 시점을 기록한다. [김도년 기자]

현성철 화인중공업 대표는 "과거엔 작업자 3~4명이 설계도를 읽고 분필로 위치를 표시하며 손수 철 자재를 자르다 보니 불량품도 많고 위험했다"며 "도면 해석부터 공정까지 스스로 처리하는 로봇을 개발한 뒤로는 작업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전통 제조업인 조선산업 현장에 스마트팩토리 도입이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은 언제 탈출할 수 있을지 모를 장기 불황을 겪다 보니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정보통신기술(ICT)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대우조선 협력사 화인중공업은 대우조선과 함께 IoT 철 자재 가공 설비(로봇 플라스마 커팅 머신)를 개발했다. 대우조선이 선박 제작에 필요한 철 자재 크기와 모양 등 설계 정보를 화인중공업에 보내면, 화인중공업은 이 정보를 무선 와이파이를 통해 작업용 로봇에 전송한다. 로봇을 도입하기 전에는 3차원(3D)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설계도를 다시 2차원(2D) 종이 도면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수적이었다. 컴퓨터 한 대 없는 철공소에서 사람이 손수 공정을 진행하려면, 작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도면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홍모 화인중공업 장비사업부 상무는 "예전엔 3차원 그래픽을 2차원 종이 도면으로 바꾸는 데만 3주가량의 시간이 걸렸다"며 "사물인터넷 시스템을 도입한 뒤로 설계와 제작 공정에서 20%가량의 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내부에 탑재되는 스마트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운항 중 엔진 오일이 떨어지거나 엔진 고장이 생기면 선박 선실에 설치된 모니터나 육상 관제센터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엔진진단시스템(EDS)을 스위스 선박 엔진 전문회사 빈터투어 가스앤디젤(WinGD)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1일 발표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박 엔진 상태를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면 한층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운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 협력사 화인중공업, IoT 철 자재 가공 설비 개발 #현대·삼성중공업도 종이 도면 없는 '디지털 야드' 구현 박차 #"원가 절감, 생산 효율성에 큰 도움"…정부도 스마트 조선 지원

화인중공업은 철제 조선 기자재 제작 공장에 종이 도면 없이도 3차원(3D)으로 제작된 도면을 곧바로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설치했다. [김도년 기자]

화인중공업은 철제 조선 기자재 제작 공장에 종이 도면 없이도 3차원(3D)으로 제작된 도면을 곧바로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설치했다. [김도년 기자]

화인중공업이 개발한 로봇 플라스마 커팅 머신. 이 로봇은 사물인터넷(IoT)으로 철 자재 제작 설계도 전송 받아 스스로 작업한다. [김도년 기자]

화인중공업이 개발한 로봇 플라스마 커팅 머신. 이 로봇은 사물인터넷(IoT)으로 철 자재 제작 설계도 전송 받아 스스로 작업한다. [김도년 기자]

현대중공업은 또 지난해 7월 가상으로 설정된 9가지 해상 환경에서 선박의 성능을 검증해 볼 수 있는 ICT 시뮬레이션 설비를 구축했다. 가상 공간에서 실험해보며 선박과 해양 플랜트의 설계 오류나 오작동 등을 미리 진단할 수 있다. 또 선박의 연료와 엔진·프로펠러 등의 가동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선박의 최적 운항을 지원하는 '통합 스마트선박솔루션'도 자체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2016년부터 조선소 생산 현장에 롱텀에볼루션(LTE) 속도의 무선 통신망을 설치해 태블릿 PC를 이용해 도면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또 선박 운항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육지로 전송해 안전한 운항을 지원하는 이른바 '스마트 선박' 기능도 개발했다.

조선업체들이 스마트팩토리 도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공정 속도를 높여 원가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신노범 대우조선 기술정보부 부장은 "조선사들은 필요한 자재를 갑작스럽게 구해야 할 때가 많다"며 "사물인터넷 자동화 설비를 활용하면, 3주간의 종이 도면 제작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훨씬 빨리 필요한 자재를 조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는 조선소에 대해서는 지원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인 대상 조찬 강연에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처럼 조선업계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학과 교수는 "조선업은 설계 기술과 생산 기술을 빨리 고도화한 기업이 이기는 싸움"이라며 "스마트팩토리 도입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조선산업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함안=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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