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규제는 성장잠재력 잠식"|전경련, 「정부규제 합리화방향」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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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정치권력과 민간경제의 위상정립 문제가 중요과제로 부각되고있는 가운데 전경련은「6공화국의 정부규제의 합리화 추진방향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20일까지 4일간 계속될 이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자들은 그간의 경제발전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한편, 그러나 이제는 정부의 불합리한 규제가 국민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 경제계의 자율성 확보를 강조했다.
다음은 심포지엄의 주제발표내용.
▲정구현연세대교수=정부가 개입해야할 분야와 개입하지 않아야할 분야를 잘 구별해야한다.
과거에는 정부가 자원배분, 기업의 소유, 기업활동영역의 규제, 기업경영상 규제와 지원등의 분야에는 적극 개입하고 반대로 독과점이나 공해방지를 위한 규제, 소득재분배등에는 소극적이었다. 약해야할 데는 강하고 강해야할 데는 약했다. 이제는 거꾸로 돼야한다.
기업의 세금납부에 대해 엄격하고 철저한 감독을 하고 독과점행위와 불공정거래에 대한감독을 강화해야한다. 특히 독과점규제는 국내시장에만 국한해서는 점차 국제화 내지는 세계화하는 기업협력의 양상을 따르기 어렵다.
▲전대주전경연이사=현재 64개 법률에 의해 정부가 기업활동에 직접·간접으로 개입하고 있다. 개입사례를 보면 생산활동에 관한 것이 전체의 41·5%로 가장, 많고 시장개입 21·7%, 인사 및 노무관리 20·7%, 판매 및 구매활동에 관한것이 16·1%였다. 이같은 정부개입이 물가안정·공정거래·산업보호등을 위한 경제정책적 목적과 국민보건·공해방지·소비자보호등 사회정책적 목적을 위해 이루어지긴 하지만 이로 인한 문제점이 적지않다.
여러 형태의 정부규제가 결정은 정부가, 책임은 기업이 지도록 하는데다 제도운용의 경직성과 행정편의적인 규제를 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이종범 고려대교수=정부는 기업들에 대해 필요하다면 제재조치를 부과함으로써 피해를 줄수도 있다. 이때문에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행정규제로부터 발생하는 불이익에 대해 집단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개별적으로 대응하는·형태를 취해왔다. 즉 행정규제를 없애려는 노력보다 이를 개별적으로 피해가려는 노력이 대부분이었다. 예를들어 인허가업무와 관련하여 불필요한 제도를 없애려는 노력보다 부정한 방법에 의한 인허가의 획득방법을 더 선호하고 있다.
▲권오승경희대교수=지난11, 12대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총7백88건중 의원이 발의한 것은 42·6%에 불과한 3백36건이고 나머지 57·4%는 행정부가 제출한 것이었으며 그나마 의원발의법안중 44·3%만이 가결됐고 반이상이 부결, 또는 철회, 페기된데 반해 행정부제출법안은 91·4%가 가결되고 불과 8·6%만이 폐기됐다. 더우기 의원발의법안중 통과된 것도 상당수가 정부가 작성하여 여당의원의 명의로 제출된 것이다. 국회가 제역할을 못하고 행정부가 제출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주는 통법부가 된것이다.
이처럼 행정부가 입법의 주도권을 가짐에 따라 시대에 맞지않는 법률인 경우도 행정부의 권한에 관련된 것이라면 개정, 폐지하기가 어렵고 국민생활이나 기업활동의 편의보다는 행정 편의를 우선하는 법률이 제정됐다. 입법내용도 구체적인 것은 대통령령이나 부령에 위임함으로써 행정부에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했다.
이에따라 행정부는 기업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갖게됐고 기업은 행정기관 담당자의 눈치나 살피게 됐다.
▲김번웅동국대교수=최근 관료제의 최대과제는 행정의 낭비, 부정 및 전력의 남용 또는 오용을 줄이는 문제다. 정부의 관료적 병폐는 공무원 개인의 단순행태보다는 통제위주의 집권적 규제행정패턴이 구조적으로 더 큰 요인이다. 지나친 관료주의는 정부능력의 취약성이나 한계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관료제가 행정영역의 밖에 있는 능력이상의 문제들까지 독점적으로 해결하려는 행정과신과 정책오차를 인정하지 않거나 그 수정을 허용하지 않는 속성에서 비롯됐다.
▲안문석고려대교수=대기업과정부는 경제발전의 초기단계로부터 경제발전의 비약기까지는 밀월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경제가 성숙단계에 돌입하면 밀월관계가 깨어진다. 경제의 성숙단계에서는 정부가 기업에 대해 해줄수 있는 지원의 폭이 줄어들고 대신 기업의 활동에 대해 제동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같은 제동역할은 경제발전을 위해 과감히 수정돼야 한다. 정부주도의 각종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과감히 개선해 각종 이익단체를 제대로 대표할 수 있도록 하고 준조세나 선별적 세무사찰과 같은 행정관행은 가급적 빨리 경산해야한다.
또한 국민의 관청출입 비용을 줄이는 행정개혁 노력을 계속하고 규제와 관련하여 새로운 정부기능이 추가될 경우에는 그것이 가져다줄수 있는 이익과 손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가칭) 규제영향 평가제도를 민간부문의 독자적인 힘으로 도입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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