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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위협 vs 환영 … 군인 위수지역 제한 폐지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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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군인 외출·외박구역(위수지역) 제한 폐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군부대가 있는 접경 지역 상인들은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됐다”며 반발하는 반면 장병과 면회객은 환영하고 있다.

국방부, 적폐위 권고에 검토 계획 #강원·경기 시장·군수협, 철회 요구 #청와대엔 “폐지” 국민청원 잇따라

국방부는 지난 21일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군인 외출·외박구역 제한 제도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외출·외박 가능 구역을 제한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해당 지역 상인들은 울상이다.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장만복(73)씨는 “손님의 90%가 군인과 면회객인데 이들이 다른 데로 가면 화천은 유령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씨는 모텔을 매각하기로 했다.

강원도와 경기도 10개 시·군 단체장으로 구성된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치를 즉각 철회해 이들 주민 생계에 숨통을 트여 주길 바란다”고 했다.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5개 군 지역 번영회장은 최근 양구군보건소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위수지역 제한 해제는 주민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군 장병과 면회객 등은 반기고 있다. 그동안 장병은 외출·외박 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1~2시간 안에 부대로 복귀할 수 있도록 허가된 지역에만 머물러야 했다. 해당지역 상인들은 이 같은 규정을 이용해 바가지요금을 받고 고객을 불친절하게 대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최근 강원도 화천의 한 모텔에서 외출 군인이 난방을 요구하다 모텔 관계자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 위수지역을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일 ‘군인 위수지역 확대해 주세요’라는 제목과 함께 올라온 한 청원에는 현재 2000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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