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전대통령 포함여부 최대 쟁점|광주·「5공」 비리 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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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3대 국회의 태풍의 눈은 광주사태와 제5공화국 비리에 대한 특위의 구성과 그 조사방향이다.
개원 후 첫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정치현안」들은 이밖에도 대통령 선거 부정·구속자 문제 등 인권문제·반민주악법 개정 등 산적해 있다.
그러나 광주사태나 제5공화국 비리는 곧바로 전대통령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와함께 제5공화국과 제6공화국의 연계성·재 신임 문제 등으로 얽혀지기 때문에 13대 정국 전체에 깊은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새 정치를 위해서는 제5공화국 유산청산이 우선돼야 하고 그것은 과거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소수여당」인 민정당 또한 싫든 좋든 공동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여당이 먼저 광주사태 조사용의니 하고 선수를 치고 나오는 묘한 양상마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특위를 구성해 조사한다」는 입장은 같을지 모르나, 그 조사방법과 대상·속도,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당연히 수반될 수밖에 없는 관련자 처벌문제를 놓고는 여야가 첨예한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직 확연히 드러낸 것은 아니지만 평민당을 중심으로 한 일부 야당에선 단기적으로는 올림픽 후의 신임투표, 장기적으로는 다음 대권도전의 전략으로 삼으려는 기운이 없지 않고 민정당은 그들대로 정권의 사활과 연결시긴 체제 수호적 측면에서 보고 있다.
민정당은 야당, 특히 평민당의 전략이 사태의 「조사」에만 있지 않다고 본다.
예컨대 광주사태를 80년 5월l8일부터 10여일간 광주에서 일어난 사태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태가 일어난 배경, 즉 5·17조치를 추궁하고 다시 거슬러 올라가 12·12사태까지 문제삼음으로써 5공화국 성립과정을 문제 삼겠다는 속셈이라고 여긴다.
만약 조사범위가 5·17과 12·12까지 확대되고 그런 사태의 「정치적 동기」를 문제삼게 되면 조사대상은 전 정권뿐 아니라 현 정권에까지 광범하게 확대되고 따라서 그 영향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될 경우에는 여권 내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게 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민정당 측은 앞으로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전통을 세워두기 위해서는 비록 어느 정도 문제가 있더라도 전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보고있다. 때문에 민정당 측은 윤길중 대표위원의 발언 등을 통해 「조사는 하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는 국가의 체통에도 문제되고 국익과 국민화합에 반한다」는 논리를 들어 전대통령을 조사에서 제외키로 방침을 굳혔다. 그러나 야당 측이 이를 들어줄 리가 만무하다.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이 문제에 대해 『조사엔 성역이 있을 수 없으며 다만 처벌문제만은 정치적 고려가 있을 수 있다』며 「불처벌 조사」론을 전개했다.
그는 따라서 『전대통령이 광주사태에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는 만큼 반드시 조사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면서 국회의 조사특위는 이와 함께 △사태의 유발동기 △조작방법 △발포 명령자 △학살실태 △사망자수 △자신을 배후조종자로 연계시킨 이유 △수사과정에서의 가혹행위 △당시 미국의 역할 등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사태 진상규명에 대한 근본입장은 민주당과 공화당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은 『감정적·보복적 차원의 조사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공화당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조용한 가운데 조사해야 한다』는 등의 유연한 표현법을 구사하고는 있다.
그러나 민정당 측은 막상 조사가 시작되고 증인에 대한 환문·청문 등이 실시되면 그것으로 「인민재판」이 되는 것이고 야당의 진짜 의도는 불처벌이라는 명분 속에 「여론에 의한 처형」을 하라는 의도라고 보고있다.
5공화국 유산청산의 상징이 되다시피 하고 있는 제5공화국 비리청산도 같은 논리다.
즉 모든 조사가 전대통령 쪽으로 모이고 이것이 다시 6공화국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민정당은 조사자체는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이미 전경환씨가 구속됐고 △전대통령도 국가원로자문회의의장과 민정당 총재직 등 모든 공직을 내놓았으며 △일해재단과는 인연을 끊었다는 점을 들어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봉만은 진정되기를 바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민정당 측은 야당 측이 전대통령의 직접조사를 거론하고 필요할 경우 「법적 조치」 등을 현 정권에 요구함으로써 제6 공화국 정부를 난처한 입장에 빠뜨리자는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만약 현 정권이 제5공화국 비리수사에 소극적이거나 기피하는 경향을 보일 경우에는 즉각 두 공화국이 결국 한 정권이라고 비판하고 그것을 재 신임의 이슈로 몰아갈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야당 측이 그런 속셈을 공개적으로 나타낸 적은 없었지만 현정권을 흔들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또 한편으로 3야당이 나름대로의 경쟁의식 속에서 문제를 점차 증폭시켜가고 있는 인상도 있다.
총선 직후 「온건발언」을 계속해온 김대중 총재가 『본격조사는 올림픽 후에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자 김영삼 총재는 『5공화국 비리와 광주사태조사는 국민적 공약인 만큼 올림픽과 상관없이 다뤄져야 한다』는 선명 발언을 하고 나섰다. 김종필 총재 역시 『올림픽이 궁극적 목표가 될 수 없는 만큼 올림픽 이전이라도 국회가 할 일은 충분히 해야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처벌은 별개 문제다』 『올림픽엔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야당의 주장 속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반 능동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는 여당의 「4당합의」에 따라 어차피 임시국회에서는 광주사태·전대통령일가 비리조사특위가 구성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의 템포가 어떻게 진행되고 조사대상이 어디에까지 미치게 될지 모르지만 전대통령들에 대한 직접적인 출두 증언요구 등이 제기되면 여권은 난경에 빠질 것이며 정국 전체에는 긴장감이 감돌게 될 것이다. <고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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