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솜방망이 징계' 감시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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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 지난해 서울 A중은 L교사가 수업을 불성실하게 하고 교실에서 음란사이트에 접속한 증거를 확보했다. 체벌 규정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수행평가도 불공정했다고 판단했다. 모두 일곱 가지가 문제가 됐다. 그래서 파면 조치했다. 그러나 K교사는 교육인적자원부 교원소청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일종의 '재심'을 신청한 것이다. 심사위는 "일부 인정되는 사유만으론 파면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정직 3개월로 낮췄다.

#2. 서울의 B고 K교사. 교련교사였던 그는 2002년부터 국어를 담당했다. 국어 부전공 연수를 받은 뒤였다. 그러나 수업지도 능력을 이유로 바꿔달라는 요구가 수차례 있었다. 학교 측은 결국 K교사를 해임하려 했다. 소청심사위는 "K교사가 직후 국어교육학 석사학위를 땄을 뿐 아니라 동료교사는 공개수업 뒤 무난하다고 평가했다"며 학교 처분을 취소했다.

#3. 2004년 경기 C중 L교사는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다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당시 그의 차 안엔 동아리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학교 측은 해당 교사를 파면하려 했다. 심사위는 "징계사유가 인정되나 캠프활동을 도우려다 발생한 점 등 여러 가지를 감안했다"며 '정직 3개월'로 낮췄다.

뉴라이트 진영의 시민단체가 교원징계 감시에 나섰다.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은 17일 교원소청심사위를 상대로 결정통지문을 모두 공개하라고 '정보공개 요구서'를 보냈다. 교원소청심사위는 학교법인이나 교육감으로부터 징계받은 교원이 이의를 제기하는 기관이다.

조전혁 상임대표(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교단에서 퇴출돼야 할 사람들이 소청심사위에서 살아나는 경우가 있다"며 "요즘 문제가 되는 성폭력을 포함, 금품수수.폭력 등의 부적격 교원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교원징계 과정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원소청심사위가 22일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소청심사를 청구한 604건 가운데 174건을 징계 수위에 문제가 있다고 받아들였다. 이 중 65건(37.3%)은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징계가 취소됐다. 정상을 참작해 징계가 완화된 경우도 61건(35.1%)에 달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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