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가 우는 여의도 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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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서울.수정.공작 아파트. 준공시기(1976년 7~9월)가 비슷하고 용도지역(상업지역)이 같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서울과 공작은 지난해 10월 공람 공고된 서울시 재건축기본계획의 예정구역 후보에 포함됐다. 당시 행정상 잘못으로 빠졌던 수정은 추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확정된 재건축 예정구역에 이들 세 단지가 모두 빠졌다. 예정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재건축을 할 수 없다. 서울아파트 관계자는 "재건축기본계획에 포함되면 재건축 규제를 받아 신축 방식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제외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여의도 상업지역에 있는 낡은 단지들이 기존 아파트를 허물고 주상복합으로 다시 짓되 기존 재건축이 아닌 다른 신축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서울아파트에 이어 수정.공작도 최근 이 신축 방식을 추진키로 했다.

신축 방식은 기존 재건축의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일정 비율 이상의 중소형 평형과 임대주택을 지을 필요가 없다. 특히 서울아파트는 모두 중대형 평형이어서 소형 의무비율을 적용하면 일부 조합원의 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안전진단이라는 장애물도 없다. 수정을 제외한 서울과 공작은 안전진단 전이다. 용적률도 재건축(기본계획상 400%)보다 높은 600%까지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100%의 주민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은 데다 단지마다 걱정거리를 안고 있다. 서울아파트는 기존 추진위원회 외에 다른 주민 모임이 만들어져 갈등을 겪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조만간 주민총회를 열어 의견을 한 곳으로 모으지 못하면 건축심의 등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새로 짓는 가구수가 300가구 미만이어야 신축할 수 있어 수정(기존 329가구)과 공작(373가구)은 가구수를 300가구 아래로 맞추는 게 관건이다. 시공사 선정을 위해 건설업체들로부터 사업제안서를 접수 중인 수정 재건축추진위는 초과분인 30가구를 매입할 계획이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다른 단지의 눈치를 살피는 공작은 더 많이 줄여야 한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가만있으면 지금보다 큰 새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데 누가 팔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일부에서 계획하는 6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이 실현될지도 불확실하다. 여의도에서 현재 가장 높은 주상복합은 41층의 트럼프월드Ⅰ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변 여건 등을 감안해 결정하겠지만 초고층 재건축에 대한 정부의 반대 방침도 있어 지금으로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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