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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빙속 선수가 촉발시킨 '개고기' 논란

중앙일보

입력

또 개고기 논란이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동안 한국의 개고기 식용이 계속 회자되고 있다.

21일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남자 팀추월에서 동메달을 딴 네덜란드 얀 블록휴이센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영어로 "이 나라에서 개를 잘 대해주세요(Please treat dogs better in this country)"라고 말했다. 블록휴이센은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없자 나가기 전, 웃으면서 농담을 했다.

네덜란드 얀 블록휴이센 [연합뉴스]

네덜란드 얀 블록휴이센 [연합뉴스]

하지만 통역이 "개를 식용하지 마세요"라고 해 기자회견장이 어수선해졌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통역이 "잘못 통역을 했다. '개를 잘 대해주라'는 의미였다"고 정정했다. 그러나 전자이든 후자이든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최근 평창올림픽을 치르면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한국의 개고기 식용 문화에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휴이센의 발언은 다소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미국 NBC를 비롯해 AP통신, 미국의 폭스뉴스·USA투데이, 영국의 ESPN·인디펜던트·데일리메일·미러 등 외신들은 평창올림픽 기간동안 한국의 개고기 식용 문화에 대한 보도를 했다. 실제로 강릉의 대표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에 가면 한 무리의 취재진들이 시장 내 식당 주인에게 "개고기 파나요?"라고 물어보고 다니는 걸 보기도 했다.

국제행사 때마다 외신들은 개고기 식용 문제를 민감하게 다룬다. 22일에 보도된 ESPN의 '왜 개고기가 올림픽에서 이야기 되고 있을까, 왜 개고기 문화가 서서히 바뀌고 있는 걸까'란 제목에 한국의 개고기 식용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경기장 5분 거리에는 '영양 수프(nutritious soup)'라고 적혀있는 개고기 식당이 있다. 이어 ESPN은 "개고기 식용 문화는 서양인에겐 거부감을 들게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주로 젊은 세대들이 그렇다. 그래서 개고기 식당이 하나씩 문을 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창올림픽 개고기를 조명한 ESPN 기사. [사진 ESPN캡처]

평창올림픽 개고기를 조명한 ESPN 기사. [사진 ESPN캡처]

앞서 NBC는 '올림픽 엄중 단속은 메뉴에서 개고기를 추방하지 못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창올림픽 기간 판매를 줄이려는 정부의 압력과 재정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개고기 식당들은 그들의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해 평창군은 간판에 적힌 '개고기' '보신탕'을 '영양탕' 같은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식당에 최대 1000만원을 지원했다.

미국 USA투데이는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개고기가 몸에 좋다는 믿음 때문에 한국에는 도처에 개고기 식당이 있고 매년 250만 마리가 식용으로 도축된다. 올림픽 경기장 근처 식당에서도 개고기를 판매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CNN 앵커는 지난 11일 CNN 홈페이지에 "올림픽 그늘에 가려진 잔혹한 개고기 거래"라며 한국의 개고기 식용 문화를 비난하기도 했다.

정부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개고기 판매를 금지했다. 이후 식당들은 '보신탕'이라는 상호 대신 '영양탕' '사철탕' '보양탕'같은 새로운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선 개고기 판매를 못 하게 하는 정책은 없다. 이에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지난달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인의 비난을 받는 한국의 개 식용이 종식되기를 기원한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강릉=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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