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승3패의 일본, 쑥스러운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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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본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로이터=뉴시스]

일본이 쿠바를 10-6으로 꺾고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초대 챔피언이 됐다. 한국에 두 번이나 지고도 기묘한 대회규정에 따라 결승에 올라간 일본은 1회 초에 4점을 뽑아내며 초반 기선을 제압했고, 마쓰자카(세이부)와 와타나베(지바 롯데) 등 남은 선발투수들을 잇따라 등판시키는 총력전을 펼쳤다.

아마 최강 쿠바는 푸에르토리코.도미니카(준결승) 등 남미의 강호를 모두 꺾고 결승에 올랐지만 준결승에 출전한 주력투수 마르티.라조가 나오지 못하는 바람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결승전 승리투수 마쓰자카(3승)가 선정됐다. 일본의 이치로는 결승전에서 3타수 2안타 3득점으로 맹활약, 야구 천재로서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야구 종주국 미국 땅에서 동양야구의 선두주자 일본, 그리고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는 쿠바가 결승에 올랐다는 건 야구가 더 이상 어느 한 나라의 스포츠가 아니라는 방증이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주도로, 미국을 위한 잔치를 만들기 위해 대회가 창설됐다는 일부의 지적이 있었지만 결국 주인공은 미국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히려 야구의 세계화에는 한몫을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일본은 1회 초 시작하자마자 쿠바 선발 로메로의 난조를 틈타 내야 안타 두 개와 중전안타 한 개, 그리고 볼넷 두 개와 몸맞는공 하나를 묶어 4점을 올렸다. 이 점수가 경기 내내 쿠바의 발목을 잡았다. 쿠바는 1회에만 세 명의 투수를 투입한 끝에 일본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쿠바는 1회 말 선두 파레트의 솔로홈런으로 추격을 시작했고, 일본 선발 마쓰자카가 내려간 뒤 구원투수진을 상대로 바짝 따라붙었다. 쿠바는 1-6으로 뒤진 6회 말 상대 실책과 연속 3안타를 묶어 2점을 따라갔다. 그러나 계속된 1사 1,3루의 찬스에서 7번 타자 갈로보의 타구가 병살타로 연결된 게 뼈아팠다.

쿠바는 8회 말 5번 타자 세파다가 일본의 세 번째 투수 후지타를 상대로 2점 홈런을 터뜨려 5-6까지 따라붙었으나 9회 초 대량실점으로 추격을 멈췄다. 일본은 9회 초 이치로의 적시타, 대타 후쿠도메의 2타점 적시타 등으로 4점을 뽑아 승부를 결정지었다. 제1회 WBC는 결승전 4만2696명을 포함, 총관중 73만7112명을 기록했으며 3년 뒤인 2009년 2회 대회(장소 미정)가 열릴 예정이다.

샌디에이고=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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