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 모비스 빛나는 우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시즌 1위를 확정 지은 모비스 선수들이 유재학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프로농구 모비스가 정규 리그 1위를 확정지었다. 모비스는 21일 울산 홈경기에서 크리스 윌리엄스(29득점.15리바운드.9어시스트)의 활약으로 전자랜드를 98-76으로 꺾고 35승18패를 기록, 2위 삼성(31승20패)과의 승차를 3경기로 벌렸다. 모비스가 시즌 마지막 경기를 지고, 삼성이 남은 세 경기를 모두 이겨도 순위는 바뀌지 않는다.

1위. 누구에게도 가벼울 수 없는 숫자지만 올 시즌 모비스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성적이다. 그 의미를 두 가지로 정리하면 '역전의 쾌감'과 '첫 경험의 벅참'이다.

경기 전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처음에는 6강에만 들었으면 했고, 1라운드가 끝난 뒤에는 4강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플레이오프 직행을 바라봤고, 우승을 넘봤다"며 "시즌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우리 팀을 중위권 이상으로 평가한 사람이 있었는가"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모비스는 올 시즌 모든 사람의 예상을 깨고 시즌 내내 선두권을 지켰고, 결국 1위를 거머쥐었다.

유 감독은 1988년 농구대잔치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소속팀 기아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팀 창단 멤버에서 감독으로 돌아온 유 감독은 18년 만에 기아의 혈통을 이어받은 모비스를 정규 리그 1위에 올려놨다. 프로 감독 생활 8년 만에 처음이다. 기아는 프로 원년인 97시즌 정규 리그 1위에 이어 챔피언까지 오른 적이 있지만, 주인이 모비스로 바뀐 후에는 1위는커녕, 6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플레이오프에는 2002~2003 시즌 단 한번 올랐다. 지난 시즌에는 7위였다.

모비스 우승의 1등 공신은 윌리엄스다. 유 감독은 "윌리엄스를 한국에 데리고 온 뒤 한 시즌이 지났다. 윌리엄스는 자기가 할 것을 100% 했고, 한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도 윌리엄스가 큰 몫을 해냈다. 40-41로 뒤진 채 시작한 3쿼터, 윌리엄스는 시작 버저가 울리자마자 전자랜드 테픈 해밀턴의 파울을 이끌어내며 바스켓 카운트를 얻어낸다.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시킨 윌리엄스의 공격 덕에 모비스는 43-41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때부터 경기는 급격하게 모비스 쪽으로 기울었다. 이병석(15득점)의 연속 3점슛이 림을 갈랐고, 우지원(16득점).김동우(9득점).제이슨 클락(12득점)이 득점에 가세했다. 3쿼터가 끝나자 점수 차는 74-55로 크게 벌어졌다. 경기 전반까지 두 외국인 선수의 득점을 앞세워 다 차려 놓은 밥상을 뒤엎을 기세였던 전자랜드는 더 이상 추격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울산=강인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