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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농축산물이 '물 부족 해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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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수자원량은 연간 1550㎥.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의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물 부족 국가'(1000~1700㎥)다. 물 부족 국가는 주기적으로 물 때문에 생산활동에 차질이 생기고 생활에 불편을 겪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가뭄 때나 봄철 일부 섬 지역을 제외하면 비교적 풍족하게 물을 사용한다.

왜 그럴까. 우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은 풍족한 편이다. 국민 1인당 수돗물 사용량은 하루 300~400ℓ로, 1년 내내 사용해도 100㎥ 정도면 충분하다. 또 시장개방으로 농축산물 수입이 늘면서 농업용수를 절약하는 것도 물 부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제14회 세계 물의 날(22일)을 맞아 중앙일보와 시민환경연구소가 쇠고기.밀.옥수수 등 일곱 가지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 농축산물 수입으로 지난해 절약한 농업용수가 연간 191억㎥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소양호 저수량(29억㎥)의 6.6배 규모로 국내에서 연간 사용하는 수자원(331억㎥)의 57.7%에 해당한다.

절약한 농업용수의 규모는 2005년 농축산물 수입량과 각 농축산물 1t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물의 양을 토대로 계산했다. 농축산물 생산에 들어가는 물의 양은 미국 월드워치연구소의 지구환경보고서, 미국 농무부 경제연구소 자료 등에 있는 수치 가운데 중간 크기의 값(중앙값)을 사용했다.

쇠고기의 경우 1t 생산에 들어가는 물의 양이 2000~20만㎥로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중앙값인 2만㎥와 지난해 수입된 17만8241t을 곱한 결과 35억㎥의 물이 소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옥수수 1t 생산하는 데는 1000㎥의 물이 필요해 총 85억㎥의 물이 들어간 것으로 추산됐다.

이렇게 절약한 농업용수는 국민 1인당 약 400㎥꼴로 돌아간다. 결국 국민 1인당 수자원량은 1900㎥가 넘어 물 부족 국가에서 벗어나게 된다.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농축산물을 수입해 물 부족 국가를 모면하는 것은 우리도 세계 물 위기에 무관치 않다는 의미"라며 "물과 식량을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동률 박사는 "장기적으로 기후변화와 가뭄 등으로 세계적인 물 문제가 발생하면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우리가 직접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는 지하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식량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 북부 평야지대의 지하수위는 매년 3m씩 낮아지고 있다. 인도에는 연간 6m씩 내려가는 지역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발표한 '세계 물 개발' 보고서에서 중국 황하, 이집트 나일강, 파키스탄 인더스강, 미국 콜로라도강 등 전 세계 500대 강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자원 고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환경연구소 안병옥 부소장은 "21세기에는 생산하는 데 물이 많이 필요한 육식보다 물을 덜 사용하는 채식 위주로 식탁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식을 즐기는 사람은 하루 5㎥의 물을 소비하는 셈이지만 채식 하는 사람의 물 소비량은 2㎥에 불과하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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