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원형 'HD영상'으로 남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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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요무형문화재 나전장 보유자인 송방옹씨가 나무상자에 옻칠을 입히고 있다.

"옛 선배들은 옻칠할 때는 부부 간에 잠자리도 하지 않았어요. 목욕재계하고, 정신일도를 했습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 기능보유자인 송방웅씨의 육성이 나직하게 흐른다. 조개껍데기를 잘게 잘라 나무상자에 하나하나 붙이는 송씨의 손놀림은 한치의 오차가 없다. 송씨는 "0.1㎜의 차이로 작품의 미적 감각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새로 내놓은 DVD '나전장'이다. 자개로도 불리는 나전은 여러 무늬의 조가비를 잘라 물체에 붙이는 것을 말한다. 나전칠기는 나전 위에 옻칠을 해서 만드는 공예품. DVD는 총 2시간 26분짜리 고화질(HD)영화를 59분으로 축약해 제작됐다. 나무를 자르고, 옻칠을 입히고, 자개를 붙이고…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전 과정을 재연했다.

'나전장'은 무형문화재 분야 최초의 HD 다큐멘터리다. 1995년 시작된 '중요무형문화재 원형기록' 사업이 TV 드라마.영화처럼 'HD시대'에 진입했다. 문화재연구소는 올해 사직대제(토지와 곡식의 신에게 지냈던 국가 제례), 화혜장(전통 신을 만드는 장인), 피리정악 및 대취타(왕의 행차에 동반되는 대규모 연주) 등 무형문화재 7건을 HD영상에 담을 계획이다. 'HD 무형문화재'는 학술.교육적 가치가 높다. 시간 경과.복사 횟수에 따라 화질이 떨어지는 필름 영상물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무형문화재 전수자들의 '교재'로 안성맞춤이다. 한 편 제작비는 평균 1억원.

문화재연구소 이재필 학예관은 "새로 지정될 무형문화재도 HD영상으로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총 109종 121건의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가운데 현재 영상기록이 완료된 것은 90건에 이른다.

문화재연구소 박상국 예능민속실장은 "'종가의 제례와 음식' '무(巫), 굿과 음식' '국역 정조국장도감의궤' 등 지난해에만 28권의 무형문화유산 관련 책을 냈다"며 "올해에는 일본 오타니대학, 독일 함부르크 민속박물관 등에 있는 해외 전적, 민속자료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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