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동맹국 중 왜 한국만 철강 제재 받는지 명확하지 않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세탁기는 월풀이라도 있지만, TV는 자국 브랜드가 없다. 삼성과 LG가 미국 소비자에게 TV를 비싸게 판다며 수출을 제한하거나 관세를 더 물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미 미국은 기존 무역질서를 무시하고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고 있다. 철강은 시작일 뿐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종훈 전 의원의 분석이다. 김 전 의원은 “올해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통상 압박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철강에 이어 자동차·기초소재·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도 얼마든지 (미국의 수입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부 “통계 가지고 미국 설득할 것” #김종훈 “중간선거 앞둬 압박 커질 듯”

실제로 미 상무부가 11일 백악관에 제출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보고서의 핵심은 철저한 ‘자국중심주의’다. ‘철강 수입량 1330만t 감축, 미국 내 철강 설비 가동률 80%(현재 73%)로 확대’가 목표다. 미국은 한국을 브라질·중국 등과 함께 53%의 관세를 적용해야 할 12개국에 넣었다. ‘수출 증가율, 해당국의 중국 철강 수입량, 품목의 특성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2014년 이후 4년 연속 감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캐나다·일본 등 주요 동맹국을 모두 제외하고 굳이 한국만 포함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19일 관련 브리핑을 했지만 한국이 수입 규제 대상에 포함된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정부는 일단 미국을 설득하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정확한 통계와 논리를 가지고 폭넓게 설득하겠다”며 “WTO 제소 등은 백악관의 최종 결정 이후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WTO 제소가 거의 유일한 수단이지만 승소해도 미국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실익이 크지 않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우리의 통상·산업 정책을 어떻게 재편할지 고민할 시점”이라며 “무역 갈등은 안보 이슈와도 무관하지 않은 만큼 정치·외교·군사적 역량을 총동원해 최대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세종=장원석·심새롬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