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적절한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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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교체 이후 통일 논의가 보다 적극화됐다고 이것은 정부와 재야의 두 방향에서 일고있는 하나의 추세이기도 하다.
재야에서는 종교단체가 중심이 되어 의사집약과 논리전개를 공개적으로 펴고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새로운 차원의 통일논의와 대북 접근을 역시 공개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최근 잇달아 공개된 이홍구 통일원 장관의 발언은 내외의 주목을 끈다.
이 장관이 내외기자와 통일관계자에 밝힌 내용을 요약하면 ①지금 남북한간의 의사교환에 아무런 장애가 없고 ②통일 논의는 개방되고 통일노력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며 ③북한에 대해 한시적인 유엔 동시가입, 남북 대화 재개를 요구하고 ④정부는 대북 비방중지 등 우리가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며 ⑤대화의 재개와 교류의 성과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것은 현재 남북간의 막후 대화가 시작돼 있어 구체적인 의사교환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정부의 통일문제 접근이 적극적, 개방적이며 그 결과에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선거공약에서 ①불가침 협정 체결 등 남북한「기본관계에 관한 감정협정」체결 ②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 교차승인, 정례 각료회의를 통한「협력 공동체」형성 ③민주 공화주의에 입각한「평화적인 통일」달성 등 3단계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이홍구 장관의 발언은 이같은 기본정책 하에 정부가 적극 노력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시기적으로 볼 때 지금이 통일 노력에 적절한 때라고 생각된다. 우선 주변환경이 개방화 물결을 타고있다. 소련과 중공을 포함한 공산국가들이 적극적인 개방 정책을 쓰면서 서울 올림픽에 참가한다. 오늘날의 국제사회에서 고립과 배타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다음은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다. 노태우 정부는 통일문제에 중요한 비중을 걸고있다. 대통령 자신도「민주화에 이어 민족문제에의 도전」을 명백히 했다.
통일 노력을 가능케 하는 세 번째 요인은 북한에도 실리가 보장되고 체면이 선다는 점이다. 이 장관은 명백히 북한의 체면을 세우면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화와 교류가 북한의 외견적 정책에도 일치된다. 특히 경제교류는 어려운 북한경제에 도움이 될 것도 확실하다.
이홍구 장관은 적십자 회담을 먼저 열어 양쪽 서신의 교류를 진행시켜 남북간의 사회공동체를 이룩한 다음 문화, 경제, 정치공동체로 발전시켜 나가야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것은 기능주의적 통합이론에 입각한 독일류의 점진적인 통일구상을 말한다. 노 대통령이 밝힌3단계 통일구상과도 맥을 같이하는 점진론이다.
문제는 평양 측에 있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건너갔다. 평양 당국은 헛된 구호와 실현성 없는 제스처를 버리고 진지하고 실질적인 자세로 나와야 한다.
그같은 평양의 노력은 우리와 보조를 맞춰 대남 비방을 중지하고 남북 대화의 재개, 올림픽 참가 등에 대해 개방적이고 적극적 자세의 표현으로 나타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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