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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검찰총장-과거사위 22일 회동…기록 열람권 주나

중앙일보

입력

문무일 검찰총장이 오는 22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만난다.

22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간담회 #과거사위 제안 보름만에 회동 성사 #과거사위의 수사기록 열람이 쟁점 #대검 “법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용”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번 주 목요일(22일) 오후 3시 검찰총장이 김갑배 검찰 과거사위원장 등과 자리를 가질 예정이며 이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19일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이번 회동은 과거사위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과거사위는 지난 8일 객관적이고 공정한 진상규명 방안을 논의하자며 간담회 개최를 제안했고, 문 총장이 이를 수용한 후 양측은 회동 일정을 조율해 왔다. 회동에는 문 총장과 과거사위원회 위원 외에 대검 진상조사단도 함께 한다.

검찰 과거사위는 과거 검찰의 인권 침해 및 검찰권 남용 사례에 관한 진상 규명을 위해 꾸려졌으며 조사 대상 사건을 선정하고 있다. 지난 6일 PD수첩 수사 등 우선 진상규명이 필요한 사건 12건을 선정해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에 사전 조사를 권고하기도 했다.

회동에서 최대 쟁점은 과거사위에 수사기록의 열람권을 어느 정도까지 부여할 것인가다. 김갑배 위원장은 위원회의 수사기록 열람과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공익 목적으로 위원회 내부에서만 수사기록 등 정보를 볼 수 있게 돼 있다”며 “조사단이 조사한 자료를 심의 과정에서 위원회가 열람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하는 김갑배 위원장 [연합뉴스]

기자회견 하는 김갑배 위원장 [연합뉴스]

대검은 고민이다. 현행법상 과거사위의 주장대로 수사기록을 다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기록에는 수시기밀, 개인정보 등이 적시돼 있다"며 "어느 정도 범위에서 열람할 수 있는지 등은 관련 법률, 법령에 따라 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열람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의 경우 민간위원들이 비밀취급 인가를 받아 국정원 내부 문건을 열람했지만 현행법 위반 논란이 일었던 것도 대검으로서는 부담이다.

검찰 과거사 12건 우선조사

사전 조사 사건에는 ▲ 김근태 고문 사건(1985년) ▲ 형제복지원 사건(1986년) ▲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1987년) ▲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 ▲ 삼례 나라 슈퍼 사건(1999년) ▲ 약촌오거리 사건(2000년)이 포함됐다.

또 ▲ PD수첩 사건(2008년) ▲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사건(2010년) ▲ 유성기업 노조 파괴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2011년) ▲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사건(2012년) ▲ 김학의 차관 사건(2013년) ▲ 남산 3억원 제공 의혹(이상득 전 의원에게 서울 남산자유센터에서 3억원을 건넸다는 의혹)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2008년, 2010년, 2015년)도 조사 대상이다.

이외에도 회동에서는 ‘대검-위원회’ 간 소통문제, 대검의 지원방안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위원회 측에선 위원회(과천)는 법무부 산하에 있지만, 조사를 담당할 조사단(서울동부지검)은 대검에 별도로 설치돼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한다. 위원회와 조사단이 분리돼 서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동부지검에 사무실을 마련한 조사단은 5명의 단원이 한 팀을 이뤄 개별사건을 나눠 조사활동을 벌이고 그 결과를 검찰 과거사 위원회에 보고하게 된다.

문 총장 주변에선 ‘과거사위, 대상 선정→조사단, 조사 실시’의 구조가 자칫 하명수사처럼 비칠 수 있는 부분도 우려한다.
이는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가 내부 자료에 접근권을 가진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와 협업을 통해 과거 국정원의 정치 공작 등 의혹을 규명해온 구조와 유사한 방식이다.
익명을 원한 대검 관계자는 “문 총장 역시 과거사위의 활동 취지는 지지하는 입장”이라며 “원활한 소통을 통해 오해의 벽을 허물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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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검 안팎에선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시국 사건뿐 아니라,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 논란이 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던 정치사건들이 대수 포함된 것을 두고도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과거사위에서 선정한 사전 조사 대상 사건들은 전형적인 과거사 사건뿐 아니라 PD수첩 사건,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김학의 차관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논란이 일었던 남산 3억원 전달 의혹 등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 논란이 된 사건들이 대거 포함됐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과거사위에서 선정한 대상들이 대부분 정치적으로 논란이 많은 사건들"이라며 "어려운 숙제를 받은 문 총장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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