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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세계최초 로봇 성악가 등장하는 오페라가 온다

중앙일보

입력

세계 최초 인간을 닮은 로봇이 등장하는 오페라가 오는 3월 1~3일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공연 연습 중인 모습. [사진 대구오페라하우스]

세계 최초 인간을 닮은 로봇이 등장하는 오페라가 오는 3월 1~3일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공연 연습 중인 모습. [사진 대구오페라하우스]

2018년의 한 성악 오디션 현장. 모두 긴장한 모습이다. 감독 앞에 선 성악가들은 각자 특색있는 목소리를 뿜어냈다. 하지만 오디션 결과, 성악가들에게 모두 한 가지씩 결점이 있음을 발견한 감독은 화가 나서 기획팀장에게 완벽한 성악가를 찾아오라고 명한다. 기획팀장은 걸그룹보다 예쁜 얼굴, 모든 언어로 노래할 수 있으며 100시간을 노래해도 지치지 않고 감기에 걸려 공연을 못 하는 경우도 없는 성악가를 데려온다. 바로 로봇 성악가 '에버'다.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오는 3월 1~3일 로봇 성악가와 인간 성악가의 한판 대결이 펼쳐진다. 융·복합 오페라 『완벽한 로봇 디바, 에버』다. 공연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형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검고 긴 머리카락에 살구색 피부, 눈·코·입 등 생김새가 인간과 비슷하다. 거기다 인간의 감정을 얼굴로 표현하며 노래한다. 이런 로봇이 등장하는 공연은 세계최초의 시도다.

세계 최초 인간을 닮은 로봇이 등장하는 오페라가 오는 3월 1~3일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사진은 주인공 로봇 성악가인 에버. [사진 대구오페라하우스]

세계 최초 인간을 닮은 로봇이 등장하는 오페라가 오는 3월 1~3일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사진은 주인공 로봇 성악가인 에버. [사진 대구오페라하우스]

배선주 대구 오페라하우스 대표는 "이번 공연에서는 로봇과 인간의 치열한 경연을 통해 가장 인간적인 인간의 모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며 "인공지능을 넘어 인간지능을 생각하는 예술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로봇을 오페라 공연에 도입하고자 하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5년 독일 홈볼트대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 미온(Myon)은 베를린 코미쉐오퍼(Komische Oper)의 오페라 『My Square Lady』에 출연했다. 그러나 당시 로봇 미온은 소셜형 로봇(애플의 '시리(siri)'처럼 단순히 사람을 돕고 소통하는 로봇)으로 인간의 모습은 아니었다.

독일의 오페라에 등장한 로봇 미온. [사진 Komische Oper]

독일의 오페라에 등장한 로봇 미온. [사진 Komische Oper]

인간의 풍부한 표정을 담은 로봇 에버를 개발한 곳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다. 에버는 사람의 형체와 같은 구조로 인간을 대신하거나 인간과 협력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분류된다. 인간형 로봇이란 뜻에서 안드로이드로도 불린다. 그동안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는 에버 시리즈를 4까지 개발했다. 이번 오페라에 등장하는 건 한층 업그레이드된 에버5의 테스트 버전이다. 에버5는 얼굴 감정표현 부분에서 세계최고 구현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공연을 위해 대구 오페라하우스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지난해 11월 27일 융·복합 오페라 제작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에버5의 출연을 고대해왔다.

세계 최초 인간을 닮은 로봇이 등장하는 오페라를 열기 위해 한국생산기술원과 대구 오페라하우스는 지난해 11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대구오페라하우스]

세계 최초 인간을 닮은 로봇이 등장하는 오페라를 열기 위해 한국생산기술원과 대구 오페라하우스는 지난해 11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대구오페라하우스]

이동욱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그룹장은 "에버5는 에버4보다 센서와 모터 수가 늘어나 행동이 자연스럽다"며 "인간의 감정과 노래를 표현하는 데 오페라가 좋은 시험무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주목할 점은 또 있다. 실제 '2018 영아티스트 오펀스튜디오 오디션'에 선발된 성악가들이 공연의 주·조연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대구 오페라하우스가 매년 진행하는 신진성악가 육성사업의 일환이다. 또 기술 협력진으로 참여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그룹에서도 석·박사과정의 젊은 연구진들이 함께했다. 역량 있는 청년들의 숨은 노력을 세상에 알리는 기회의 장이된 것이다.

세계 최초 인간을 닮은 로봇이 등장하는 오페라가 오는 3월 1~3일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사진은 주인공인 로봇 에버를 개발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그룹. [사진 대구오페라하우스]

세계 최초 인간을 닮은 로봇이 등장하는 오페라가 오는 3월 1~3일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사진은 주인공인 로봇 에버를 개발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그룹. [사진 대구오페라하우스]

김수정 대구 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은 "공연을 통해 한국 로봇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예술분야와 과학 분야의 재능 있는 청년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의 연출은 국민대 겸임 교수이자 프라하 국립오페라극장 주최 국제연출콩쿠르 아시아 최초 입상자인 이회수가 맡았다. 로봇 에버에 탑재될 목소리는 성악가 마혜선이 녹음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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