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마련 궁리 있나|하루가 급한 서울 지하철 확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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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의 교통난은 이제 한계를 넘어섰다.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이 되어 버렸고 지하철도 초만원이다. 어딜 가나 포화상태다. 예전에는 의·식·주 해결이 최대의 관심사였으나 이젠 「행」이 더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로 등장했다.
서울의 자동차가 1백만 대에 훨씬 못 미치는데도 이 지경인데 앞날이 걱정이다. 차량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교통인구 또한 해마다 1백만명 이상 급증하고 있어 지금부터라도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거대한 도시가 완전 마비될 날도 멀지않을 것 같다.
현재 서울의 하루 교통인구는 2천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시민들의 경제 활동이 갈수록 왕성해지고 서울을 둘러싼 외곽도시 인구의 증가와 왕래도 빈번해져 2천만명을 넘어설 날도 가까와졌다.
이같은 엄청난 교통 인구의 해결책은 대중 수송수단 밖에 없다. 하루 수백대씩 늘어나는 자가용 승용차는 자동차 1대에 기껏해야 한두명을 태우는데 그쳐 오히려 지상 교통의 폭주 현상만 부채질할 뿐이다.
버스 증차도 생각할 수 있으나 지금의 도로 사정으로는 그것도 불가능하다. 도로망 확장도 도로율을 1% 늘리는데 4천억∼9천억원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더구나 도로를 아무리 확장하더라도 늘어나는 차량증가 추세를 따라잡을 수도 없다.
결국 한계에 다다른 지상교통의 해결은 불가불 지하 교통망 구축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지하 교통망의 확충은 그것이 대량수송 수단이 고정시설과 쾌적성을 고루 갖추고 있어 자가용 출·퇴근 인구 등을 대거 흡수해 지상 교통난까지 동시에 덜어주는 2중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외에도 대기와 소음 공해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크게 절감케 하며 지하철역 세권의 개발이익까지 발생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같은 여러 이점을 새삼 들먹이지 않아도 지하철 건설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충분히 인정되고 있다. 다만 노선 책정과 건설 시기를 언제로 잡고 건설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의 문제만 남았을 뿐이다. 그러나 지하철 노선을 얼마로 늘리고 건설을 언제부터 시작하는가 하는 문제는 따지고 보면 건설재원의 염출 여하에 달려있다. 그렇지 않아도 2조원이 넘는 지하철 빚을 지고 있는 서울시로서는 추가재원 마련이 최대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2000년대 서울 도시 기본계획」에서 54조원을 들여 도시 체계를 재정비하고 2001년까지 지하철 9개 노선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의 연간 세 수입이 1조원 남짓하고 지하철 부채를 갚는 것도 현재로서는 막막한데 자칫하면 청사진으로 그칠 공산마저 없지 않다.
따라서 이 계획이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재원조달 방안부터 강구되어야 하며 둘째 시정의 투자 우선 순위를 지하철 건설에 두고 다른 어떤 사업보다 우선해서 조기에 착수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서울의 주거 공간이 해마다 광역화되는 추세인데 지하철을 2001년에 가서야 완공한다면 그때까지의 교통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지하철 건설비의 60∼1백%를 중앙 정부가 부담하고 심지어 운영비도 70%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는 지하철 건설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 주는 것이「사회복지 사업」 에 투자한다는 공 개념에 입각한 것이다. 국고지원 외에도 역 주변의 개발이익 환수, 수익자 분담금제, 교통 범칙금과 주차료 수입의 전용, 행정비 절감 등 서울시가 모색할 수 있는 재원확보 방안도 단기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장기간의 건설기간을 요하는 지하철 건설은 지금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더 이상 어쩌지도 못하는 절박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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